이르면 내년부터 미국 버지니아주(州)에서 ‘동해’(East Sea)와 ‘일본해’(Sea of Japan)가 나란히 표기된 공립학교 교과서가 나온다. 미국 주정부에서 동해 병기 교과서가 공식 채택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6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하원 전체회의에서 동해병기 의무화 법안은 찬성 81표, 반대 15표 등 압도적인 표차로 가별 처리됐다. 앞서 같은 내용의 법안이 상원에서도 가결처리된 바 있어 의회 절차는 완전히 마무리됐다.
테리 매콜리프 버지니아 주지사 서명을 거쳐 오는 7월 1일 발효된다. 이후 버지니아주에서 발행되는 교과서나 지도에 일본해만 단독 표기될 경우 법률 위반이 된다.
이번 주의원 통과는 한국 외교의 승리다. 일본대사가 매콜리프 주지사에게 일본 기업 철수를 압박하는 협박성 편지를 보내는 등 일본 정부의 집요한 방해 공작을 뚫고 거둔 승리다. 최근 일본 우익의 과거사 망언이 도를 넘어서면서 미국에서도 반발 기류가 형성된 것도 법안 통과에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법안을 발의한 티머시 휴고(공화당) 의원은 한국의 애국가에 명기돼있는 ‘동해’의 의미를 강조한 뒤 일본 제국주의에 의해 희생당한 한국인들의 과거 식민시절을 상기시켰고, 초당적 지지를 이끌어냈다.
이번 버지니아주를 시작으로 미국 다른 주에도 ‘동해병기’ 인식이 확산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버지니아 주는 텍사스주 등 남부 지역 6개주와 교과서 공동이용 협약을 맺고 있어, 미국 남부권 7개주에서 동해병기 교과서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재미 한인동포 사회의 위상을 높이고 정치 역량을 키우는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인단체들은 이번 법안 통과의 최대 공로자다. 이번에 일본 정부의 집요한 로비를 뚫고 만만치 않은 외교수완을 보였다. 수년에 걸쳐 법안의 발의부터 하원 통과까지 교포 사회의 집중된 힘을 보였고, 이 날 하원 전체회의에도 방청석 100석을 모두 채우고 모자라 200명이 밖에서 회의를 지켜보는 등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이들은 또 주지사가 법안을 서명할 때까지 주지사에게 이메일 보내기 등 조직적 노력을 계속하기로 했다.
나아가 한인사회는 버지니아주의 성공 사례와 노하우를 다른 주 동포사회에 전달해, 다른 주에서도 교과서 동해병기 개정이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다.
버지니아주의원 내 유일한 한인계 마크 김(민주당) 의원은 법안 통과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풀뿌리 운동의 힘을 이번에 확인한 만큼 우리의 힘을 더 키워나가야한다”면서 “선거 참여나 정치활동을 더욱 확대해나가자”고 말했다.
한지숙 기자/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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