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은 분야별 전문성을 융합한 대형 비리의 성공적 수사 모델이다.”(최운식 전 저축은행 합수단장)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마지막 작품. 권력형 비리를 파헤친 중수부 수사의 전형이자, 대형 경제비리의 근원을 뿌리뽑아 서민들의 피해를 보듬어줬다는 검찰 내부 평가를 받은 ‘저축은행 비리 수사’가 그간의 상찬이 무색할 정도로 엉터리 수사였음이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 2월 합수단이 공식활동을 마무리 한 지 1년여만에 줄줄이 무죄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정관계 인사들에게 금품을 건넸다는 저축은행 회장들의 말 외에는 이렇다 할 증거없이 무리하게 기소했다가, 회장들의 오락가락 진술 번복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유동천 제일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4000만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진 윤진식 새누리당 의원은 6일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유 전 회장은 ”2008년 3월 24일 충주에 있는 윤 의원의 아파트로 가서 4000만원을 주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유 전 회장과 윤 의원은 1988년 갈등을 빚고 서먹해진 이후 20여년간 서로 연락을 끊고 지내왔다. 재판부는 그런 두 사람이 서로 돈을 주고 받을 정도의 친분이 있는지에 대해 의심했다. 유 전 회장은 돈을 건넨 장소나 돈을 담은 쇼핑백의 크기에 대해서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해 진술을 번복했다. 게다가 윤 의원은 유 전 회장이 돈을 건넸다고 주장한 시점에 총선 준비로 바빠 아파트에 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런 점들을 종합해 검찰이 윤 의원의 혐의를 제대로 입증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부산저축은행이 추진 중인 사업과 관련해 브로커 이모 씨로부터 청탁과 함께 1억여원을 받은 혐의(특경가법상 알선수재 및 정치자금법 위반)로 기소된 이성헌 새누리당 의원. 이 사건 역시 검찰이 근거로 삼은 핵심 증거였던 이 씨의 진술 신빙성이 무너지면서 지난해 12월 무죄가 됐다. 이 씨는 검찰에서 이 의원에게 돈을 건넸다고 진술할 당시 다른 비리 혐의로 수사를 받던 상황이었다. 이 씨가 계속해서 진술을 번복하는 것을 의심한 재판부는 이 씨가 수사 압박으로 인해 거짓 진술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결국 1ㆍ2심에서 모두 혐의 입증에 실패한 검찰은 이 의원에 대한 상고를 포기해 패배를 자인했다.
야당 인사들에 대한 재판 결과는 더욱 참담하다. 모조리 무죄를 받았기 때문이다.
특히 민주당의 박지원 의원의 경우 수사 당시부터 ‘여야 균형 맞추기 수사’ ‘야당 표적 수사’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18대 대선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 수사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더욱 그랬다. 합수단은 솔로몬저축은행 임석 회장과 미래저축은행 김찬경 회장으로부터 수억여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과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을 기소했다. 정권 실세를 재판에 넘긴 검찰은 곧장 당시 제1야당의 원내대표였던 박 의원에게도 칼날을 겨눴다. 보해저축은행과 솔로몬저축은행으로부터 수천만원의 금품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박 의원은 세차례 소환 통보에 불응하며 버텼고, 검찰은 결국 박 의원에 대해 알선수뢰가 아닌 알선수재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만 적용해 기소했다. 박 의원이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받았다는 혐의를 밝혀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찰은 그나마 가벼워진 혐의마저 입증하는 데 실패했다. 금품을 건넸다는 저축은행 회장들의 진술이 다른 증인들의 진술과는 전혀 다를 뿐만 아니라, 객관적인 사실과도 배치됐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박 의원에 관한 저축은행 회장들의 진술 역시 검찰 수사의 압박을 모면하려고 뱉은 거짓말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밖에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서갑원 전 의원은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고, 솔로몬저축은행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석현 민주당 의원도 항소심까지 연달아 무죄를 선고받은 뒤 검찰의 상고 포기로 무죄가 확정됐다. 제일저축은행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이화영 전 열린우리당 의원 역시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상태다.
정치인들 외에도 이철규 전 경기지방경찰청장, 김광수 전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장 등 거물급 인사들 역시 저축은행 비리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졌지만 대법원에서 모두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이들 모두 금품을 건넸다는 저축은행 인사들의 진술 신빙성이 부정된 것이 무죄의 근거가 됐다.
![앤트로픽 IPO는 시작일 뿐…AI 모델 ‘골라주는 시장’ 커진다 [서학개미 주식회사]](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3/rcv.YNA.20260813.PRU20260813276001009_T1.jpg?type=h&h=240)
![“교과서 미래엔 AI가 있다”…‘AI 공장’된 미래엔 세종공장 [그 회사 어때?]](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2/news-p.v1.20260821.9213ff47283443e4aeec745e2b971c31_T1.jpg?type=h&h=240)
![일본서 사라진 인플레 ‘명목 앵커’…물가·엔화에 중요한 이유 [츠토무 와타나베]](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1/news-p.v1.20260816.209013b3297d4c92ab32710d529f3877_T1.jpg?type=h&h=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