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영상 사회부장]사실 100% 믿지 않았다. 그를 남들이 ‘소통의 달인’이라고 칭했을 때 ‘몇 %의 쇼’는 숨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누구나에게 소탈한 모습에서도 경영자를 내세우기 위한 약간의 포장(?)은 없지는 않을 것이라고도 봤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두산그룹 회장)을 멀찍이 바라봤을 때 그러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런 인식은 바뀌었다. 그가 최소한 새로운 리더십을 표방하고 있고, 그 실행의 진입 문(門)에는 들어가 있음을 확인했다고 할까.
지난해 12월 21일의 일이다. 평소 잘 따르는 대한상공회의소 직원의 결혼식장에 갔다. 결혼식이 열리는 강남 삼정호텔 입구에 다다랐을때, 박 회장이 차에서 내렸다. 그 역시 자신의 직원 결혼식 참석 차 온 길이었다.
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2013.08.21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 상의회관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임시의원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제 22대 대한상공회의소 신임회장으로 선출됐다. 박용만 신임대한상의 회장이 임시의원총회를 주재 후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2013.08.21
인사를 나누며 같이 식장에 들어갔는데, 맨뒤 테이블 하나만 남아 있다. 그는 “여기 앉지 뭐”라고 털석 자리를 잡았다.
그는 “(일개)직원 결혼식에 직접 오시고 대단하시다”라고 하자 “당연히 와야죠. 약속 했거든요”라고 했다. 지난해 8월 상의 회장에 취임한 후 그는 홍보실 직원들과 미팅을 했다. 그 자리에서 직원의 결혼 소식을 들었다. 당시 그는 “내가 꼭 가마”라고 했다고 한다. 그 일을 실천한 것이다.
“상의 남자 직원과 여자 직원이 결혼하는 뜻깊은 자리이기도 해서요. 결혼한다는 얘길 듣고 꼭 가겠다고 했으니 와야죠.”
박 회장은 출장 차 미국에 갔다가 결혼식 전날에야 한국에 도착했다. 미국 일정이 강행군이었는지, 그는 감기몸살에 걸려 있었다. 그런데도 그는 자기 집안 사람들 결혼식 처럼 흥겨워했다. 결혼식장에 울려퍼지는 피아노 선율을 내내 입으로 흥얼거렸다.
“주례요? 딱 두번 봤어요. (두산 직원들로부터도)주례 부탁은 많이 들어오는데요. 사실 주례를 보기 시작하면 누구는 봐주고, 누구는 안봐주고 할 수 없죠. 할머니나 어머니 부탁으로 어쩔 수 없는 것, 딱 두번 주례를 보긴 했습니다.”
본인의 결혼 스토리를 물어봤더니 주저하지 않고 곧바로 대답이 돌아온다. 과거의 애틋함이 전해져온다. “초등학교때 만난 사람이죠. 아, 친구 동생이예요. 초등학교 6학년때 만났는데, 그렇게 됐습니다. 착한 사람이죠, 지금은 약간 무서운(?) 분이 됐지만요, 하하하….”
그렇게 30분 동안 사람 사는 얘기가 오고갔다. 식이 끝나자 양해를 구한다. “제가 사실 오늘 몸이 좀 좋지 않아서요. 식사는 안하고 그냥 갈까 합니다. 많이 드시고 오세요.”
박 회장과 꽤 오래 같은 테이블에서 얘기를 나눴는데, 그가 대기업 회장이라는 사실을 전혀 의식하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그가 식장을 떠난지 오래되지 않았다. 대기업 회장이고, 대한상의 수장이지만, 서민적 정취가 물씬한 박 회장 만의 장점 때문이었을까.
간단한 이 스토리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박 회장 같은 이가 드문 현실에서 기인한다. 수많은 기업 사장, 적잖은 대기업 회장을 만나봤지만 곧장 허물없는 대화로 돌입할 수 있는 이는 사실 별로 많지 않았다.
박 회장은 어쩌면 ‘기인’이다. 경영을 손에 꼭 쥐지 않고 언제든 형제 등에 나눠줄 수 있다는 두산의 풍토에서 자랐기에 그럴수도 있겠지만, 소탈하고 탈권위적이다. 특히 소통에 대한 집념은 남다르다. 일단은 수평적 리더십이 눈에 띈다. 상의 회장에 취임해서 직원들과 만났을때 꼭 단상을 고집하지 않은 것이 대표적이다. 직원들과의 호프미팅, 격의 없는 대화 프로그램 등으로 ‘단체장 같지 않은 단체장’으로도 꼽힌다.
“미니 콘서트 때 직접 사회를 보는 것을 보곤, 남다르긴 남다른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상의 관계자)
사실 박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을 맡았을때, 걱정하는 목소리가 없지는 않았다. 전국 14만개의 회원사 수장치고는 나이가 50대로 젊다는 점, 점잖은 연륜을 과시해야 할 자리에 튀는 스타일이 삐져 나올 수 있다는 점 등에서 그런 우려가 뒤따랐다.
하지만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고, 상의의 새 수장 스타일이 일상으로 받아들여지고 또 소통 진정성이 먹히면서 이같은 우려는 말끔히 씻기는 분위기다.
정작 박 회장 본인은 이같은 세간의 평가를 의식하지 않는다. 박 회장은 2013 상의 송년콘서트에서 “요즘 국민들이 기업인을 보는 시각이 나빠졌는 데 일부는 기업인이 중요한 룰을 잊는 등 자초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사회지도층의 리더십 가장 첫번째 덕목으로 ‘룰을 지키는 것’을 꼽은 것이다. 자신의 룰을 지키면서 자기만의 소박한 행보를 걷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팔로어가 16만명에 이르면서 ‘파워 트위터리안’으로 불리는 박 회장. 그에겐 다른 대기업 회장이나 경제단체 수장과는 다른 뭔가 다른 새 리더십이 있다. 크리더십 색채가 풍기는, 그것 말이다. 물론 그의 실험도 시작일 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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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만 리더십의 특징 수평적 사고 실행
트위터 통한 자유 소통
권위로부터의 탈피
음악적 사고에 가치부여
인재중시 경영
공유가치 중시
자유 토론과 미팅
서민적 정서와 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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