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최태원 SK그룹 회장 주요 계열사 등기임원직에 이어 ‘회장’직에서도 물러난다. 법적으로 회사를 완전히 떠나는셈이다. 연간 100억원이 넘는 등기임원 보수에 이어 회장 급여나 업무추진비 등도 받지 못하게 됐다. 그룹의 최종 의사결정권자 ‘빈 자리’는 이사회가 대신할 전망이다.

 SK그룹은 5일 “비등기 임원으로서의 회장직도 그만둘 것”이라고 밝혔다. ‘대표이사’라는 상법상 지위에 이어 ‘회장’이라는 회사 내 지위까지 모두 내려놓고, 그룹의 실질지주사인 SK C&C(지분률 38%) 최대주주로서의 자격만 유지한다는 뜻이다.

 수입도 배당금을 제외하면 모두 없어지게 된다. 최 회장은 2012년 1월말 구속 이후에도 4개 계열사에서 최소 115억원 이상을 등기임원 보수로 받았다.

그런데 회사로부터 급여를 못 받으면 경제적으로 곤란해질 가능성이 있다. SK C&C에서의 배당금 수입이 2012년 238억원, 2013년 285억원(예정)에 달하지만 대출 이자를 감당하기만도 빠듯하다.

우리ㆍ한국ㆍ대우증권에 담보로 맡긴 SKC&C 주식 715만4153주 가치는 시가로만 1조원이 넘는다. 담보가치를 절반만 인정받았다고 해도 연 4%이자율을 적용하면 배당소득(세금제외시)과 맞먹는다. 다만 퇴임에 따른 퇴직금을 받을 전망이어서, 최 회장이 대출부담을 줄일 여지는 남아있다.

 앞으로는 각 계열사별 이사회가 위상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이사 선임권을 가진 주주의 대표격인 총수가 의사결정 과정에서 빠지면 그 공백은 이사회가 채울 수 밖에 없다.

 SK그룹은 최 회장의 사내이사 자리를 채우지 않고 이사회 내 사외이사의 비율을 더 높일 방침이다. ‘수펙스추구협의회’라는 그룹 조직이 있지만, 법적 기구가 아니다. 법적 지위를 가진 각 사 이사회의 기능이 강화될 수 밖에 없다.

 SK그룹 핵심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은 2012년 이사회 활동 자기평가를 시행했는데, 5점 만점에 4.7점으로 평가됐다. 이사회의 구성이 만점인 5점으로 가장 높이 평가됐고, 이사회의 책임과 산하 위원회의 기능ㆍ구성ㆍ운영이 다음인 4.8점을 얻었다. 이사회 위상이 강화되면 상대적으로 점수가 낮았던 이사회의 운영(4.6점)와 기능(4.3점)도 개선될 전망이다.


ky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