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 리뷰스타=김희은 기자] ‘돼지 같은 여자’는 분명 로맨스로 시작했지만, 썩 유쾌하지 않았다. 유쾌한 사랑 이야기가 이토록 엇나갈 줄이야. 한때 갈치잡이가 흥했던 어촌 마을. 학창 시절 끝에서 1, 2, 3등을 사이좋게 나눠가졌던 무공해 처녀 3인 재화(황정음 분), 유자(최여진 분), 미자(박진주 분)는 바닷마을 유일의 총각 준섭(이종혁 분)을 두고 신경전을 벌인다. 생활력 강하고, 억척스런 재화는 돼지를 기르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아니 돼지 기르기에 목숨을 걸었다. 말 그대로 ‘돼지 같은 여자’ 재화의 삶은 구차하기 짝이 없다. 어촌 마을의 유일한 총각 준섭과 마을 사람들의 눈을 피해 사랑을 키워가지만 돼지 앞에서는 그마저도 무용지물이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온통 삶에 대한 투지로 불타오른 듯 아버지의 부고 소식을 듣는 와중에도 “조용히 해, 돼지 새끼 낳잖아”라고 말하는 대목에서 이 모든 것이 여실히 드러난다. 반면, 똘끼를 한껏 장전한 장어같은 여자 유자는 준섭에 목숨을 걸었다. 들이대는 것은 물론이요 준섭의 주변을 맴돌며 과감한 애정공세를 펼치면서 주위 경쟁자들로부터 철저하게 수비한다. 준섭의 마음은 재화를 향해있지만 그녀에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준섭의 마음을 얻지 못하자 강제로 입술을 훔치는 유자의 모습은 무서울 게 없어 보인다. 여기에 재화와 준섭의 사이를 계속해서 의심하며 질투를 불태우지만 그마저도 매력 있게 소화하는 최여진의 똘기 충만한 연기력은 시끌벅적한 로맨스 라인에 활기를 불어 넣는다. 그리고 여기 갈팡질팡 파리처럼 날아다니는 ‘파리같은 여자’ 미자가 있다. 미자 역시 준섭을 짝사랑하지만 재화와 유자 사이를 오가며 정작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지 못한다. 이 과정에서 미자는 후반부로 갈수록 어두워지는 극의 분위기를 받쳐주며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구수한 욕과 난처한 상황마저 유쾌하게 풀어내는 박진주의 매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그렇게 재화-유자-미자 역의 황정음, 최여진, 박진주가 완벽히 캐릭터 녹아들며 전에 없던 기센 남도 여인을 탄생시켰다.
‘돼지 같은 여자’는 얼핏 보면 한 남자를 둘러싼 세 여자의 달콤 살벌한 어촌 로맨스물로 비춰진다. 하지만 발정난 돼지에 준섭을 향한 세 여자의 모습을 빗댄 모습이나 과도한 캐릭터 설정 탓에 갈수록 치정물로 치닫는 느낌은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정겨운 남도 풍경과 익숙한 인물들을 소재 삼아 어촌 로맨스 타이틀을 충족시키는 것처럼 보이지만 막상 속을 들여다보는 순간, 단순히 유쾌한 로맨스로 단정 짓기에는 부자연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돼지 같은 여자’는 영화 ‘행복한 장의사’ ‘바람피기 좋은 날’ 이후 8년 만에 복귀한 장문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황정음, 이종혁, 최여진, 박진주 등이 출연한다. 9월 10일 개봉. idsoft3@reviewsta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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