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색 소음’ ‘에로스의 지팡이’

100년 전 립스틱은 이렇게 낭만적으로 불렸다. 입술에 바른 순도 높은 빨강은 기독교 문화권에선 다소 꺼려졌지만 그 위력은 종교를 뛰어넘었다. 빨간 입술은 종종 저항의 표현으로 읽혔다. 프랑스혁명 당시 루이 16세는 전쟁으로 재정이 파탄나자 귀족들에게 세금을 물리려 했지만 말을 듣지 않자 입술색을 걸고 넘어졌다. 귀족 여성들이 입술에 빨간색 화장을 한 것을 국정에 대한 반발로 여겨 처형한 것이다. 현대 립스틱의 원형은 1883년 암스테르담 세계 전시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프랑스 파리 향수제조업체가 부와 힘을 과시하려는 상류사회 여성들을 대상으로 빨간 입술 염색제품을 내놓은 게 시초다. 사슴기름과 향료, 밀랍을 섞어 피마자 기름종이로 감싼 제품이다. 립스틱은 뭐니 뭐니 해도 가장 간단하고 싸게 관능미를 표출할 수 있다는 데 매력이 있다. 메릴린 먼로, 마돈나.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등 미국 대중문화의 앞에는 빨간 립스틱이 선연했다. 2014년 중국이 ‘천송이 립스틱앓이’로 뜨겁다. 한국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열풍으로 ‘천송이 립스틱’이 불티나게 팔린다는 소식이다. ‘천송이’ 이름을 단 뷰티제품들도 모두 매출이 5배나 뛰며 ‘천송이노믹스’란 말이 나올 정도다. ‘별그대’ 중국열풍은 무엇보다 판타지와 로맨스, 스릴러 요소가 적절히 배합된 신선한 장르, 기센 여자 천송이의 캐릭터가 중국 여성들에게 통한 데 있다. 이런 성공의 공식은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디즈니의 ‘겨울왕국’ 신드롬과 일면 비슷하다. 꿋꿋하고 자기결정적인 여성, 엘사에 대한 2030여성들의 환호, 한국영화가 갖고 있지 못한 뮤지컬요소와 판타지는 중국인들이 반한 ‘별그대’와 맞닿아 있다. 21세기 콘텐츠 전쟁은 점점 치열해져가는 양상이다.

이윤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