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운관 스타들의 드라마 겹치기 출연에 방송사와 제작사, 연예기획사가 마음 편할 날이 없다. 명확하지 않은 ‘겹치기 출연’ 기준에 서로의 입장만 앞세우다 얼굴을 붉히는 상황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KBS 2TV ‘감격시대:투신의 전쟁’에 출연 중인 배우 진세연이 겹치기 출연 논란으로 구설에 올랐다. 논란은 ‘감격시대’에서 배우 김현중과 러브라인의 중심에 서 있는 여주인공 옥련 역을 맡은 진세연이 최근 SBS ‘닥터 이방인’을 차기작으로 결정한 것이 알려지며 시작됐다. 사실 두 드라마의 방영 시기만 놓고 보면 ‘겹치기 출연’은 아니다. ‘감격시대’는 다음달 종영을 앞두고 있고, ‘닥터 이방인’은 5월 초 첫 방송을 시작한다. 하지만 진세연이 ‘닥터 이방인’의 해외 촬영 일정 때문에 예정돼있던 ‘감격시대’의 촬영 현장 기자간담회에 참석하지 못한 데다, 귀국이 늦어져 드라마 촬영 스케줄에도 차질을 빚었다는 이유로 논란은 시작했다.
현재 겹치기 논란에 얽힌 두 방송사와 제작사, 소속사는 항의까지 오갔던 불편한 감정들을 다독인 상황이지만, 이번 논란에 대해 방송사 드라마국 PD들은 기본적으로 겹치기 출연의 기준이 명확지 않다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 드라마국의 한 PD는 “이번 겹치기 출연 논란을 보면 서로 내세우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오해가 빚어졌다”며 “제작사나 기획사에서는 단순히 방송 날짜로만 겹치기 여부를 판단했고, 방송사에선 촬영일을 기준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방송사 관계자들이 촬영 일자를 ‘겹치기 출연’의 기준으로 두는 것은 후속으로 진행되는 드라마 촬영으로 인해 진행 중인 프로그램이 차질을 빚는 우려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진세연 역시 사전 양해와 합의를 구하고 떠난 해외 촬영이었지만, “시차계산을 잘못”한 탓으로 약속날짜를 제때 지키지 못했다는 과오는 남아 있다.
또 다른 드라마 PD는 “겹치기 출연을 두고 상도의를 거론하는 것은 이 때문”이라며 “드라마는 공동작업이다. 그런 환경에서 배우 한 사람으로 인해 촬영 일정이 틀어지고 호흡을 맞추며 집중해야 할 다른 배우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 일”이라고 꼬집었다.
사실 드라마 현장에서 배우들의 겹치기 출연은 중견배우들을 통해 흔하게 나타난다. 중견배우들의 경우 주연 배우들보다 더 많은 스케줄을 소화하며, 매일 다른 작품에서 다른 캐릭터로 만나게 되는 경우마저 있다. 최근 종영한 대하사극에 출연했던 남자 배우는 “중견배우 선배님들의 스케줄이 워낙 바빠 촬영장에 가면 분량이 훨씬 많은 주인공들이 도리어 한 신의 호흡을 맞추기 위해 기다리는 일도 흔하다. 차라리 겹치기 출연을 해도 선배님들이 다 같이 한 작품에 출연했으면 좋겠다. 스케줄이 너무 달라 맞추기가 힘들다”는 웃지 못할 하소연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견배우들의 겹치기 출연은 이미 촬영현장에서 암묵적으로 용인되는 경우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지금 드라마 시장에서 워낙 중견배우가 기근인 데다 생계형 배우들도 많다”는 것을 그 이유로 들었다.
다만 젊은 연기자의 경우 비슷한 시기에 미니시리즈나 주말연속극의 주인공이 돼 구설에 오르면 득보다는 실이 되는 경우도 많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에서 열연했던 한 배우는 드라마 방영 도중 차기작을 결정한 것이 알려진 사실조차도 안타까워했다. “한창 시청자들이 몰입해서 보고 있는 드라마인데 출연배우가 다른 작품에 나온다는 기사가 나오면 시청자들의 몰입감도 떨어지고, 현장에서도 특별한 이야기를 하지는 않지만 이미 다른 작품에 출연을 결정한 배우가 드라마에 어떻게 더 좋게 그려지겠냐”는 것이다.
진세연의 경우 몇 차례 같은 논란의 주인공이 된 상황이다. 앞서 2012년 SBS ‘내 딸 꽃님이’를 촬영하던 중 차기작으로 KBS2 ‘각시탈’을 결정했고, 연이어 ‘각시탈’의 촬영이 끝나기도 전에 SBS ‘다섯손가락’의 출연을 확정하며 입방아에 올랐다.
드라마 현장에서는 이 같은 분위기에 비춰 “사실 겹치기 출연을 배우의 잘못으로 몰아가는 것은 무리가 있는데, 한 연기자가 같은 논란의 주인공이 됐다는 것은 소속사의 욕심이 과하다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이번 논란으로 인해 두 편의 드라마는 물론 배우 역시 유명세를 치렀다는 것만은 분명하다”는 반응도 나왔다.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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