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극수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장

일본 아베 총리가 지난달 무투표 재선을 확정한 힘의 배경은 역시 아베노믹스다. 시중 통화량을 늘리는 양적완화와 재정확대에 이어 꺼내든 아베 총리의 구조개혁에 대한 일본인들의 기대가 크다.

일본이 1990년대 부동산 버블 붕괴이후 숱한 금융, 통화 완화 조치에도 불구하고 ‘잃어버린 20년’을 보낸 까닭은 대기업, 정부, 의회의 기득권 탓으로 이번에는 구조개혁을 통해 이를 과감히 무너뜨리겠다는 것이다.

일본 구조개혁의 큰 흐름은 산업부흥, 전략산업육성, 글로벌시장 개척의 세 가지이다. 이 중 글로벌시장 개척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에 적극 참여해 경제적 비효율을 제거하겠다는 것으로 TPP의 ‘원칙적 타결’로 상당한 진전을 이루었다.

일본산업 부흥 전략은 지난 20년간 기술로 이기고 비즈니스에서 지는 상황이 최근에는 기술과 비즈니스 모두 뒤지는 상황으로 바뀌고 있다는 절박함에서 비롯됐다. 그 중심은 기업지배구조개선과 함께 법인실효세율 인하로 현재의 32.11%에서 7년 내에 20%선까지 낮추는 것이 목표다.

또 작년 1월부터 사업구조조정 촉진을 위해 산업경쟁력강화법을 시행 중이고, 지역단위의 규제개혁을 추진하기 위해 9개의 국가전략특구를 도입해서 총리실에서 직접 챙기고 있다. 전략산업육성에서는 의료보건 서비스 산업 육성, 농업부문 개혁, 관광활성화 등을 포함하고 있다.

아베노믹스의 양적완화에 따른 엔저 현상은 우리 기업의 대일 수출은 물론 제 3국 시장 수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일본의 구조개혁은 엔저처럼 일시적인 효과에 그치지 않고 근본적인 경쟁력의 개선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훨씬 클 것이 분명하다.

일본이 한창 잘나가던 1980년대 일본의 세계경제 성장 기여도는 15%에 달했으나 지금은 4분의 1로 줄어들었다. 또 2014년 기준 일본이 세계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로 지난 1980년대의 8%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이다.

문제는 일본 못지않게 우리 산업과 기업들에게도 경쟁력을 재무장하는 일이 여간 긴요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세계 경기 부진에 따라 IT제품, 자동차, 조선을 비롯한 주력산업의 수출이 일제히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일본에 이은 중국의 위안화 절하 기조로 수출기업들은 업종과 규모를 불문하고 비상경영에 들어갔다. 기업들은 사업 조정, 인력 재배치 등을 서두르고 있으나 경영환경 악화에 대한 국민적 인식과 제도가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다보니 속도를 내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는 기업의 경영합리화와 경쟁력 개선 노력이 우선되어야 하지만 빠트릴 수 없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중소ㆍ중견기업들의 수출 부진에 따른 경영애로를 덜어주고 기업들이 추구하는 구조조정이 원활히 추진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일본 아베노믹스의 예처럼 우리 산업의 수출경쟁력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분야에서 비효율과 타성을 걷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아베노믹스의 성패를 가늠할 구조개혁의 길은 멀고 험할 것이다. 그러나 메시지는 분명하다. 오늘날과 같은 세계경제의 전환기에 수출경쟁력을 유지하고 경제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개혁 말고는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4대 부문 개혁 중 노동부문이 겨우 첫 단추를 끼웠을 뿐 나머지 공공, 금융, 교육부문은 소식이 감감하다.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한발 앞서가는 아베노믹스의 구조개혁이 부러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