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부산)=이혜미 기자] 중국의 거장 지아장커 감독이 새 영화 ‘산하고인’을 들고 부산을 찾았다. 전작들보다 한결 친근해진 화법과 밝은 메시지의 신작을 두고 지아장커 감독은 달라진 연출관을 통해 변화의 이유를 설명했다.

3일 오후 부산 동서대학교 센텀캠퍼스 컨벤션홀에서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초청된 영화 ‘산하고인’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지아장커 감독을 비롯해 배우 자오 타오, 실비아 창, 동자건이 자리해 영화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오전 기자 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산하고인’은 주인공 타오(자오 타오 분)와 그 주변인들의 굴곡진 삶을 1999년과 2014년, 2025년에 거쳐 그린 작품이다. 지아장커 감독의 전작들과 달리 미래 시점이 등장하고, 보다 친절해진 화법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뿐만 아니라 현실을 지극히 객관적으로 묘사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는 희망의 온기까지 전한다.

지아장커 감독은 ‘1999년’이라는 시대 배경을 출발점으로 삼은 이유에 대해 ‘디지털 기기의 등장으로 개인들의 변화가 두드러진 시대’였다는 점을 꼽았다.

“1999년엔 저도 젊은 나이였죠. 당시는 중국에선 독특한 시대였어요. 중국 경제 발전이 가속화되고, 인터넷이 나타나고, 휴대폰이 보급되면서 개인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의 구체적인 생활 양식은 물론, 감정적인 면에도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야기의 시작으로 설정하게 됐습니다.”

아울러 자신의 작품에서 미래 시점을 처음으로 사용한 것에 대해서는 “26년이라는 시간의 흐름과 나이 듦에 따라 생활의 표현이 달라지기 때문에 시간을 나눠서 표현하고 싶었다”며 “미래의 모습은 상상을 통해서 생각해볼 수 있었는데, 인물들의 상황이 우리의 자유를 얼마나 보여주는가, 앞으로 우리의 미래에 사람의 다양성을 얼마나 받아들이고 융합시킬 수 있을 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의도를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클로즈업 화면을 종종 사용하거나 음악이 빈번하게 등장하는 등 전작들과 달라진 부분에 있어서는 “예전에는 인물과 거리를 두려 했다면 지금은 클로즈업도 많이 사용하고 예전과 다른 방식으로 인물을 바라보려고 하고 있다. 감정을 억누르기보다 폭발시킬 때는 폭발시키기도 하고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산하고인’의 2025년 이야기는 타오의 아들 ‘달라’(동자건 분)와 그의 선생이자 연인인 미아(실비아 창 분)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이 점에 대해선 “달라는 부모가 이혼하고 아버지를 따라 이민을 간다. 아이(달라)의 삶은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윗세대에 의해 결정된 것이다. 달라 뿐 아니라 우리가 아는 모든 세대가 윗세대에 따라 운명이 결정되지 않았던가. (관객들이) 좀 더 젊은 시대의 시각으로 바라보게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한편, ‘산하고인’은 부산국제영화제 상영 후, 올 하반기 국내 극장가에서도 만나볼 수 있을 전망이다. 이날 지아장커 감독은 기자회견 인사말을 통해 “기쁘게도 한국의 수입사와 얘기가 돼서, 한국에서 정식 상영을 통해 한국 관객들과 만나게 될 것 같다”고 설렘을 드러냈다. [사진 제공=부산국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