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체감 소득증가율…비정규직보다 낮은 -2.8%

“요즘은 장보기가 무서워요. 생필품 몇가지 안샀는데 30만원이 훌쩍 넘으니. 저물가다 뭐다 하는데 1~2년 전보다 더 힘들어진 느낌이에요”(39세 K모씨 전업주부)

올해 3분기 경제 성장률이 전기대비 1.2% 성장했다고 하지만 체감경기는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행은 3분기들어 경제성장률이 6분기만에 0%대의 저성장 국면에서 탈출하는 등 ‘예상 경로’대로 가고 있다고 하는데, 국민들의 평균 체감 경제성장률은 -0.2%에 지나지 않는다. 체감경기는 여전히 영하권의 매서운 칼바람을 맞고 있다는 얘기다. 공식지표와 체감경기가 따로 노는 것은 경제성장률만이 아니다. 피부에 직접 와닿을 뿐 아니라 전염성이 큰 물가와 실업률의 체감괴리는 더 크다. 특히 한국소비 지형의 나침반인 40대 중소득층의 경제고통지수가 가장 크다.

체감 경제성장률은 -0.2%…소득은 줄고 물가는 오르고=이주열 한은 총재는 최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 회의 출장도중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3분기 경제성장률이 기존에 전망했던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 총재의 낙관적인 전망의 근거는 수출회복세가 더디기는 하지만 메르스 충격에서 벗어나 소비심리가 회복되고 있다는 데에 있다. 최근 전국적인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도 밑바닥 경기에 어느정도 온기를 불어 넣은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하지만 현대경제연구원의 최근 설문조사 결과는 정반대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전국 성인 남녀 806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우리 국민들은 성장은 물론, 고용, 물가, 소득, 지출 등 모든 항목에서 체감경기가 실제보다 훨씬 안 좋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실제 우리 국민들의 평균 체감 경제성장률은 -0.2%에 그쳤다. 성장은 커녕 오히려 1년전보다 경기가 더 안좋아졌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체감 소득증가율 역시 -0.1%로, 오히려 소득은 줄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지난 2분기 기준으로 가구당 월평균 소득증가율이 전년동기대비 2.9%로 증가했다는 정부 통계와는 거꾸로 가고 있는 셈이다.

공식 물가상승률 0.7%(8월 기준)도 체감물가 앞에선 고개를 들지 못한다. 체감물가는 3.0%에 달한다. 특히 월평균 가구소득이 299만원 이하인 저소득층 임금근로자의 체감 물가상승률은 3.2%로 조사됐다. 겅기는 침체되고 물가는 오르는 그야말로 서민들로선 감당하기 힘든 ‘스태그플레이션’ 상태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실업률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올 7월 기준 실제 실업률은 3.4%이지만 국민들의 체감 실업률은 15.2%에 달했다. 게다가 경제활동참가율이 높은 20~40대 연령층의 체감 실업률은 평균을 상회했다. 이들의 체감률은 각각 15.4%, 15.2%, 15.3%로 핵심 경제주체들의 일자리 걱정이 가장 큰 것으로 분석됐다.

이외에도 교육비ㆍ주거비ㆍ의료비 같은 의무지출의 경우에도 정부의 발표는 2.6%에 그쳤으나 체감 의무지출 증가율은 3.8%로 격차가 1.2%포인트나 됐다.

40대 중소득 자영업자, 체감경제고통지수 최고=단순히 정부 통계와 체감지표가 따로 노는 현상보다 심각한 문제는 한국경제의 허리를 떠받들고 있는 40대 중소득 자영업자의 경제고통지수가 가장 높다는 점이다. 물가 상승률, 실업률, 소득 증가율, 의무지출 증가율, 문화 여가지출 증가율 등을 반영해 산출하는 경제고통지수는 국민들의 경기인식과 생활수준을 볼 수 있는 바로미터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40대 중소득층 자영업자의 체감경제고통지수는 23.6으로 정부 공식 통계치로 산출한 실적경제고통지수 8.5는 물론 평균 체감경제고통지수(22)를 크게 웃돌았다. 특히 40대의 경우 의무지출(5.4%)과 실업률(15.3%)이 타연령대와 전체 평균에 비해 높은 수준으로 경제고통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소득별로는 월소득 수준이 300~499만원의 중산층이 23.3으로 체감경제고통지수가 가장 높은 반면, 고소득층은 20.6에 불과했다. 이는 중산층의 의무지출 부담이 4.4%로 저소득층(3.5%), 고소득층(3.7%)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또, 직업별로는 자영업자의 체감경제고통지수가 23.8로 가장 높았다. 자영업자의 경우 체감 소득 증가율은 -2.8%로 정규직(0.8%), 비정규직(0.1%)보다 낮아 자영업자의 체감경기가 가장 안좋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용화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이와 관련 “체감경기가 실제 경기보다 훨씬 부정적인 만큼 민간소비를 자극하기 위해 소비여건 개선과 함께 체감경기 개선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며 “자영업자의 소득 증대를 위해 비자발적, 생계형 창업을 축소하고 재취업 일자리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