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ㆍ중국 이민자 출신 ‘핀테크 베테랑’이 만든 ‘루프페이’(삼성페이) -‘IoT 베테랑’ 4명이 만든 스마트싱스 “세상 모든 것이 연결될 것” -삼성전자, 상업용 디스플레이 베테랑 ‘예스코 일렉트로닉스’도 사들여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민상식ㆍ윤현종 기자] 이재용(47) 삼성전자 부회장이 해외에서 불리는 영어이름은 ‘제이 와이 리’(Jay Y. Lee)다. 최근 해외 언론들은 ‘삼성의 Jay Y. Lee가 인수한 기업’ 등을 비중있게 보도하며 그의 새로운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 이건희 회장이 병석에 누운 지난해 5월 이후 이재용 부회장이 실질적으로 삼성을 이끌면서, 삼성전자는 기술력이 검증된 신생 벤처기업(스타트업)을 적극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0년 이전만 해도 가전 등 전통적인 사업 영역에서만 인수ㆍ합병(M&A)를 시도했다. 2009년 12월 폴란드 가전업체 아미카를 합병한 사례 등 현지생산 거점을 확보하거나 판매·유통망을 확충하기 위해 M&A를 실행했다.

그러나 2011년 이후 전략이 바뀌었다. 삼성이 신사업 분야로 꼽은 핀테크’(금융+IT)와 사물인터넷(IoT), 기업 간 거래(B2B) 분야를 강화하기 위해 원천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가 2011년 이후 인수한 해외 기업 총 20곳 가운데, 지난해 5월 이후에만 8곳을 사들였다. 지난해 5월부터 삼성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의 M&A에 대한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올해 2월, 2억5000만 달러(한화 약 2900억원)가 넘는 돈을 들여 인수한 결제 솔루션업체 루프페이(LoopPay)는 가장 성공적 인수 사례로 꼽힌다. 루프페이는 핀테크 시장 공략을 위해 인수한 업체로, 삼성페이의 핵심 기능인 ‘마그네틱 보안 전송’(MST:Magnetic Secure Transmission) 특허기술을 갖고 있다.

이 기술은 스마트폰을 일반 카드처럼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경쟁기업 애플이 2014년 9월 선보인 서비스 ‘애플페이’가 근거리무선통신(NFC) 결제를 지원하는 결제단말기(POS)에서만 쓸 수 있는 것에 비해, 루프페이는 기존 상점이 대부분 보유한 ‘긁는 방식’의 마그네틱 신용카드 POS에 스마트폰을 갖다 대면 결제가 된다.

이 기능 덕분에 삼성페이는 올해 8월 국내 출시 2개월 만에 가입자 100만명을 돌파했고, 미국 서비스도 지난 9월 말 시작됐다. 또 내년에 중국에 삼성페이를 선보일 계획으로 중국 대형 은행들과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MST 기술을 개발한 혁신적인 인물은 루프페이의 공동창업자 조지 월너(George Wallnerㆍ64)와 윌 그레이린(Will Graylinㆍ46)이다. 핀테크 분야의 ‘베테랑’(Veteran)인 두 창업자는 각각 헝가리와 중국 이민자 출신의 자수성가 기업가이다.

중국에서 건너와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를 다닌 그레이린은 대학 졸업 후 모바일컴퓨팅ㆍ결제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이후 2001년 모바일 결제 전문기업인 웨이시스템스(Way Systems)와 2005년 롬 데이터(ROAM Data)를 설립했다. 웨이시스템스와 롬데이터는 이후 모바일 결제분야의 주도적인 업체로 성장했고, 두 기업을 각각 POS 제조업체 베리폰(Verifone), 결제 솔루션 제공업체인 인제니코(Ingenico)에 매각한 뒤 2012년 루프페이를 설립했다.

루프페이 창업에는 웨이와 롬에서 인연을 맺은 월너도 참여했다. 헝가리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전자 및 통신공학을 전공한 후 미국으로 건너온 월너는 결제업계에서 35년간 일한 전문가이다.

1978년 하이퍼컴(Hypercom)을 설립해 마그네틱을 이용해 결제를 처리하는 POS를 개발해 세계 결제단말기 시장을 주도했다. 하이퍼컴을 베리폰에 매각한 후에는 그레이린이 설립한 웨이와 롬에서 이사회 멤버로 참여했다. 이런 인연으로 결제분야의 두 전문가는 루프페이를 공동 창업하는 데 뜻을 모았다.

이들은 창업 이후 향후 NFC 등 신기술 사용이 예상보다 빠르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 착안해, 구형 POS에 활용할 수 있는 MST 기술을 직접 개발했다.

올해 2월 그레이린과 월너는 루프페이를 삼성전자에 매각하면서, 두 명의 자산은 각각 1억달러 정도로 뛰었다. 매각 후에도 루프페이에서 그레일린이 최고경영자(CEO), 월너가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고 있다.

IoT 시대에 대비해서는 지난해 8월 2억 달러 이상을 들여 인수한 미국의 IoT 개방형 플랫폼 개발 회사 ‘스마트싱스’(SmartThings)가 큰 기대를 받고 있다. 2012년에 설립된 스마트싱스의 개방형 플랫폼은 사용자가 하나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실시간으로 집을 모니터링하고 원격 제어할 수 있게 해준다.

스마트싱스는 클라우드 기술 업계에서 15년간 일한 알렉스 호킨슨(Alex Hawkinsonㆍ42)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30년간 일한 제프 해긴스(Jeff Hagins) 등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베테랑 네 명이 공동 창업했다.

미국 카네기멜론대에서 인지과학을 전공한 후 온라인 마케팅 솔루션업체 리치로컬(ReachLocal) 등 여러 업체를 창업한 경험이 있는 호킨슨이 IoT 분야 창업에 뛰어든 것은 개인적인 경험 때문이었다.

2011년 겨울 어느날, 미국 콜로라도 주에 위치한 호킨슨 소유 별장이 정전으로 인해 수도 시설이 동파했다. 동파에 따른 피해 금액은 8만 달러에 달했다.

이 사건으로 호킨슨은 집 안에 발생하는 모든 일을 외부에서도 알 수 있다면 이 같은 피해를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발상은 이듬해 스마트싱스 창업으로 이어졌다.

호킨스가 세운 스마트싱스의 목표는 ‘세상 모든 것을 하나로 연결하는 것’이다. 스마트싱스는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개발자들에게 개방적 생태계를 지원하고 있으며, 향후 더 많은 기기에 플랫폼이 활용될 수 있도록 다양한 업체와 협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싱스의 기술을 활용해 2017년까지 텔레비전과 프린터, 냉장고 등 삼성전자 제품의 90%를 사물인터넷으로 연결하겠다는 계획이다. 호킨슨은 삼성에 인수된 이후에도 CEO를 맡아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호킨슨의 자산은 1억달러 안팎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3월에는 디지털 사이니지 사업을 확대할 계획으로, 미국의 발광다이오드(LED) 상업용 디스플레이 전문업체 ‘예스코 일렉트로닉스’(YESCO Electronics)를 인수했다. LED 디지털 사이니지는 번화가의 큰 건물 옥상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 등에 사용되는 디스플레이를 말한다.

영국 런던 피카딜리 광장의 대형 광고판과 미국 라스베이거스 윈(Wynn)ㆍ코스모폴리탄(Cosmopolitan) 호텔의 옥외 광고판 등이 예스코 일렉트로닉스의 작품이다. 예스코 일렉트로닉스는 1920년에 설립된 광고판 맞춤제작 비상장회사인 ‘영 일렉트릭 사인 컴퍼니(Young Electric Sign Company, YESCO)가 1988년 세운 자회사로, 다양한 옥내외 디스플레이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예스코에서 23년간 일한 디지털 사이니지 업계의 베테랑 존 윌리엄스(John Williams)가 현재 예스코 일렉트로닉스의 CEO를 맡고 있다. 그는 삼성에 인수된 직후 “삼성전자의 일원으로서 디지털 사이니지를 필요로 하는 모든 고객을 만족시키는 제품 및 솔루션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삼성전자는 B2B 사업 강화를 위해 올해 1월 브라질 프린팅솔루션 전문업체 심프레스(Simpress)를 인수하고, 지난해 8월 북미 공조전문 유통회사 콰이어트사이드(Quietside), 지난해 9월에는 캐나다의 모바일 클라우드 솔루션 전문업체 프린터온(PrinterOn)도 손에 넣었다. 프린터온은 개인과 기업용 클라우드 서버 보안 관련 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