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시, 지난 10년간 고졸 합격생 5명 불과한데 희망의 사다리? -로스쿨 장학혜택 받으며 공부하는 학생 “나도 흙수저”
[헤럴드경제=박일한기자] 이번 논란의 핵심은 그대로 두면 2017년 폐지될 예정인 사법고시에 대한 달라진 국민들의 의식입니다. 사법고시가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기회가 제공되는‘공정한 제도라는 겁니다. 빈부격차가 심화하는 사회에서 사시가 ‘개천에서 용 나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마지막 남은 희망이라는 겁니다. 반면, 로스쿨은 입학 과정에서의 불투명함, 지나치게 비싼 학비 등으로 있는 집 자식들만을 위한 것으로 불신이 심각합니다.
차근차근 따져볼 필요가 있는 이야기입니다.
먼저 사법고시는 누구에게나 기회를 주는 개천에서 용 나는 시스템일까요? 10여년 사법시험을 준비하다가 지금은 자영업을 하고 있는 한 지인에게 물어봤습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하더군요. 일단 사시 공부는 시간이 많이 필요합니다. 대학을 다니며, 직장과 병행해 주경야독으로 몇 년 공부해 사시에 통과했다는 일부 ‘천재형’을 제외하고 대부분 하루 종일 잠도 줄여가며 매달려 최소 3년 이상 전력질주로 집중해야 한번 도전할 만한 시험입니다. 매달 월 수십만원짜리 학원 강의를 몇 개씩 들어야 합니다. 안정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합니다. 부모가 어느 정도 살지 못하면 결코 할 수 없는 일이랍니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사시 합격생의 절대다수가 서울 강남에 살면서, 외국어고를 다니는 학생들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수치가 이미 말해줍니다. 지난 10년간 사법시험 합격자 7900명 가운데 고졸 출신은 단 5명에 불과합니다. 반면, 사시 합격생의 60% 이상은 소위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출신이고, 이들 대학 입학생들의 절반이상은 강남인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이들은 중고등학교 때부터 안정적인 환경에서 넉넉한 지원을 받으며 공부합니다. 어떤 방식으로 시험을 준비할지, 어떤 걸 집중적으로 공부할지 미리미리 알고 대처합니다. 1~2점 사이에 등락이 결정되는 시험에서 그저‘교과서에만 집중하면 된다’는 말을 믿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사시도 누구에게나 시험 볼 기회는 주어지지만 이미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격차가 벌어진다는 이야깁니다. 이걸 과연 기회의 균등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별로 동의하고 싶지 않습니다.
요즘 욕을 많이 먹는 로스쿨은 어떨까요? 정말로 있는 집 자식들만을 위한 ‘그들만의 리그’일까요.
그렇지 않다는 게 각 대학의 입장입니다. 다양한 장학제도를 통해 돈이 없어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놓았다고 내세웁니다.
실제 각 대학 로스쿨 페이스북 등을 찾아보면 ‘어려운 처지에서 장학금을 받아가며 공부하고 있다’는 글이 많이 올라옵니다. 한 지방 사립대 로스쿨 학생은 “아버지는 일용직 노동자고, 어머니는 암 투병으로 돌아가셨지만 장학금으로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써 놓았습니다. 또 다른 학생은 “사법시험을 준비하려면 오히려 더 많은 돈이 필요한데, 로스쿨에 전액 장학생으로 선발돼 열심히 공부하며 훌륭한 법조인이 되는 꿈에 다가가고 있다”고 했습니다.
로스쿨에서도 없는 집 자식들이 공부할 기회가 있다는 목소리입니다. 찾아보니 로스쿨이 요즘 장학제도를 계속 축소하고 있다는 기사가 눈에 띱니다. 해결해야할 문제입니다. 각 대학 로스쿨의 그런 행태가 지금 같은 국민들의 불신을 야기한 원인이라는 점을 인식해야합니다.
이 기회에 저소득층 자녀나 다양한 사회 경험을 한 직장인도 로스쿨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보다 다양한 학생 선발 기준을 정비해야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어찌됐던 보다 다양한 방법으로 법조인을 양성하는 것은 좋은 방향이라고 봅니다.
사시 합격률은 응시자의 3%가 채 못됩니다. 전체 응시자의 2.94%만 합격하는 사시를 위해 65만명 정도가 고시 낭인이 돼 있는 비효율적인 인재 선발 시스템은 개선해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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