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 유명한 영화에 나온다니 좋은 일이죠.”(40대 시민)
“할리우드 영화 한 편에 잠깐 등장한다는 이유로 서울 휴일 대낮 도심 한복판을 몇 시간씩 막아놓는다니, 좋은 일이라지만 시민들이 감수해야 하는 불편이 너무 심하네요.”(30대 시민)
30일 정오가 조금 지난 서울 마포대교 남단. 여의도 쪽 진입로는 볕 좋은 봄날의 일요일을 만끽하려는 나들이객들이 모여 ‘까치발’을 하고 할리우드 영화 ‘어벤져스2’의 촬영이 이루어지고 있는 다리 한복판을 향해 기웃거렸다. 나들이 나온 시민들이 끊임없이 들고 나는 와중에도 늘 수백명 이상은 먼발치에서나마 촬영 현장을 구경하기 위해 가던 길을 멈췄다. 남단 진입로 부근에 세워진 구급차와 촬영 스태프들의 차만 보일 뿐 일반 시민들의 시야에는 배우나 촬영 현장이 거의 잡히지 않았지만, 혹시나 하는 기대로 다리 쪽으로 시선을 고정시키며 기다리는 나들이객도 적지 않았고, 일부는 휴대폰 카메라를 들이댔다. 하지만 어김없이 통제 요원들의 목소리가 휴대폰 카메라를 든 시민들을 막아섰다.
“사진 찍으시면 안 됩니다.”
할리우드 영화의 첫 대규모 서울 촬영에 대한 현장에서의 반응은 다소 엇갈렸다. 기대와 환영을 표하는 시민들도 많았지만 불편을 호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한 시민은 “1년에도 할리우드 영화가 수백 편 만들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중 한 편에 잠깐 나오자고 며칠간 수십시간 동안 서울 시민들이 통행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사진촬영을 통제하는 데 대해서도 “(배우나 촬영 장비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휴대폰 카메라를 마포대교 방향으로 들이대기만 하면 뭐라고 하니 기분 나쁘다”고 불쾌함을 표하는 이도 있었다.
한편, 지난 31일 일본 도쿄에서는 오는 24일 개봉을 앞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의 프로모션 행사 일환으로 감독, 배우, 제작자 등이 한국 취재진과의 기자회견을 가졌다. 특히 일부 장면이 취재진에 공개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의 극중에선 여주인공이 뉴욕의 한국 식당을 자주 찾고, 한국음식을 좋아한다는 대사가 등장해 특별히 눈길을 끌고 있는데 이 자리에서 마크 웹 감독은 “한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미국인들, 그리고 우리 모두가 한국 음식을 좋아하기 때문”이라며 “우리가 한국음식을 홍보하는 것이며, 이번 작품 끝부분엔 한국 노래도 삽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어벤져스2’의 서울 촬영을 두고 논란이 있었다. 홍보효과도 좋고 관광진흥 효과도 좋고 자부심도 가질 만한 일이지만, 중요한 것은 천만 서울 시민들의 휴일 한낮 도심 통행권이라는 공익을 기회비용으로 할리우드 영화사의 상업적 이익을 위한 행사였다는 점이다. 그 과정에서 마치 올림픽이라도 유치된 것 같은 일부 언론과 관계자들의 호들갑은 없었는지, 우리 관계 기관이 지나치게 저자세를 보인 것은 아닌지 뒤돌아볼 일이다. ‘스파이더맨’의 한국음식과 한국노래처럼 문화란 자연스럽게 끌어들이고 전파하는 것이며 상호 이해와 정서를 충족시켜야 되는 일이면, 경제적 효과를 앞세워 억지로 밀어붙여서는 안 될 일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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