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최근 정치권에서 굵직한 이슈들은 모두 야권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한 주 여의도에서 가장 화제가 된 이슈는 더불어민주당의 김종인 전 의원 영입과 국민의당 한상진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의 “이승만 전대통령은 국부”라는 요지의 발언이었습니다.

김종인 전 의원이 더민주의 선거대책위원장을 맡게 된 것은 일단 문재인 대표의 깜짝 반전 카드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김종인 전 의원은 지난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의 핵심 공약을 설계한 인사라는 사실 때문입니다. 소득재분배와 재벌규제 등 ‘경제민주화’ 정책이 김 전의원의 ‘브랜드’라는 점에서는 고개를 끄덕일 수 있지만, 김 전의원의 정치 경력을 감안하면 문재인 대표의 파격적인 ‘한 수’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김 전의원은 노무현 정부에서 새천년민주당 비례 대표를 지낸 적이 있지만 이 경력을 빼고는 모두 보수 여권에 몸담아왔습니다. 전두환 정부에서 민정당 국회의원 2번, 노태우 정부에서 보건사회부 장관과 청와대 경제수석 및 국회의원을 지냈습니다. 김 전의원은 2012년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위원장 겸 경제민주화추진단장을 지내면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을 도왔습니다. 그래서 박 대통령의 ‘멘토’ ‘경제교사’ 등으로도 꼽혔습니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기조가 ‘경제민주화’에서 ‘경제활성화’로 기울자, 이를 비판하면서 새누리당을 탈당했습니다.

문재인 대표의 노림수는 분명합니다. 일단 지난 대선에서 새누리당에 선점당했던 ‘경제민주화’ 이슈를 되찾아오는 것입니다. 또 박근혜 정부의 산파였으나 노선 갈등으로 등을 돌린 인사를 영입함으로써 정부와 여당을 겨냥한 비판의화살을 날리는 것입니다. 김 전의원은 15일 기자회견에서 “무릇 국가의 목표는 자유의 신장”이라며 “이 자유의 신장의 기본은 정치적 민주화와 경제적 민주화”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경제민주화를 실현하기 위한 길에 헌신해왔다”며 “앞으로도 그 길을 이루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다”고 했습니다. 박근혜 정부를 향해 분명한 비판의 메시지도 던졌습니다. “막연한 성장담론과 무책임한 경기부양에 폐해를 국민은 이미 잘 알고 있다”며 “오는 총선에서 불평등을 해결하고 경제민주화를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 정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문 대표는 김 전의원의 영입을 통해 ‘경제민주화’와 ‘박근혜 정부 심판’의 두 가지 무기를 얻은 셈입니다.

하지만, 야권과 야권 지지층 내에서는 김 전 의원의 영입이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다는 말도 나옵니다. 김 전 의원은 보수쪽으로 한참 기운 정치경력을 가진 데다 영입 과정 때부터 단독 선대위장으로서의 ‘전권’을 천명한 때문입니다. 김 전 의원은 선대위장 제안의 조건으로 문재인 대표가 2선으로 물러서는 것까지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 대표는 진보 운동 진영과는 관계 없는 각 분야 전문가들을 인재로 영입하고 있습니다. 친노 운동권 정당으로서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수권 정당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됩니다. 김 전의원의 영입과 함께 ‘중도 보수’쪽으로 당의 외연을 넓히기 위한 전략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외연을 넓히다가 당의 정체성을 흔들리고, 전통적인 지지층을 잃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중도 보수로의 외연 확대는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추진 중인 국민의당에서 더 적극적입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한상진 국민의당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의 발언이었습니다. 한 위원장은 지난 14일 국립 4·19 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이승만 전 대통령 때 뿌려진 (자유민주주의의) 씨앗이 성장해서 4·19 학생혁명으로 터졌다”며 “어느 나라든 나라를 세운 분을 ‘국부’라고 평가한다. 우리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밝혔습니다.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보수ㆍ진보 사관이 첨예하게 갈리는 지점입니다. 이 전 대통령을 ‘건국 영웅’ ‘국부’로 보는 시각은 보수진영의 전형적인 논리였습니다. 지난해 이 전 대통령 서거 50주년을 맞아 여당은 대대적으로 이 전 대통령 바로 세우기를 추진하기도 했습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수차례 “이 전 대통령을 건국 대통령으로 대우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진보성향의 사회학자로 꼽혔던 한상진 교수가 국민의당 공동창준위장의 자격으로 보수 진영의 대표적인 논리를 끌어안은 셈입니다.

바로 야권에서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표 전 교수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한 위원장의 발언을 겨냥해 “‘이승만 국부, 1948년 건국’을 주장하며 수구적 보수 우파라는 정체성을 밝혀 주신 것에 감사드린다”고 말했습니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페이스북 글에서 “뉴라이트들에 이어 한상진 교수는 이승만이 1948년 대한민국 건국의 아버지라는 맥락에서 국부라고 했는데, ‘1948년 건국설’은 전혀 동의할 수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한 위원장 뿐 아니라 안철수 의원도 “산업화와 민주화에 대한 인정을 바탕으로 저희들은 계속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역시 보수ㆍ진보 사관이 엇갈리는 이승만ㆍ박정희 정부 평가에 대해 기본적인 시각을 드러낸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과연, 더민주와 국민의당,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의원의 행보에 대해 국민들과 야권 지지층은 어떤 답을 할 것인지가 무척 궁금합니다. 두 당 모두 쥐고 있는 ‘양날의 칼’이 ‘나’를 벨지, ‘적’을 벨지 모르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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