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대우ㆍ원승일 기자] “참담하다. 부족했다” 지난 19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보건복지부의 ‘2016 업무계획’ 사전브리핑장에서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은 깊이 고개를 숙였다. “가장 큰 문제는 복지사각지대 발굴”이라며 “아동보호전문기관을 운영하는 복지부로서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부천에서 발생한 한 장기결석 초등학생의 죽음은 복지사각지대에서 생존권을 위협받는 사회적 약자의 참담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보호받아야 할 아이가 아버지에 의해 두시간 동안 구타를 당한 끝에 사망했고, 그런 부모에게 사체까지 훼손당해 4년동안 냉장고에 방치돼 온 이 엽기적 사건에서 경찰도, 여성가족부도, 교육부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부는 곧바로 긴급사회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담임교사의 신고의무제 도입을 조속히 완료하고 의무교육 미취학자 및 장기결석 아동에 대한 관리 메뉴얼을 개발, 보급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이런 사건이 날때마다 반복되는 일이다. 2014년 10월 발생한 ‘울산 계모 아동학대 사건’과 ‘칠곡 계모 아동폭행 사건’에서도 정부대책이 나왔지만 달라진 것은 별로 없었다.
지난 연말에는 ‘인천 11세소녀 학대’ 동영상은 국민들을 충격에 빠드렸다. 작년 9월부터 시행된 ‘아동학대처벌법’을 비웃기라도 하듯 법의 사각지대에서 뼈가 앙상한 11살 소녀는 죽음의 문턱까지 가야했다.
서울 송파 세 모녀 자살 사건을 계기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개정해 일명 ‘송파 세 모녀법’이 마련된 이후에도 생활고를 겪고 있지만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격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여전히 복지 사각지대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집에서 퇴거당할 위기에 처한 기초생활수급 노인이 자신의 시신을 수습할 이들에게 ‘국밥이나 한 그릇 사드시라’는 메시지와 돈을 남기고 자살하고 지적장애 1급 언니와 살던 20대 여성이 지원받을 수 있는 복지제도가 없다는 사실에 절망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또한 수급비 49만 원 중 의료비를 30만 원씩 지출해야 했던 기초생활수급자 70대노인이 화장실조차 없는 단칸방에서 숨진채 발견된 사례도 있다.
우리 사회의 사회안전망을 다시 한번 되돌아봐야 한다. 홀로 사는 노인 가구의 빈곤율은 74.0%나 된다. 여성 가구주 가구의 빈곤율도 32.5%로 집계됐다. 한부모가정의 빈곤율 역시 18.5%로 전체 평균보다 높다.
장애인도 복지사각지대에 있다. 특히 20만명에 달하는 발달장애인은 어린아이 때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전 생애에 걸쳐 전화사용, 쇼핑, 교통수단 이용 등 일상생활에서 다른 사람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만 사회적으로 방치된채 대부분이 부모들이 돌보고 있다. 2014년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일상생활에서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비율이 전체 장애인이 32.2%인데 반해 발달장애인은 81.7%로 높다. 전체 장애인은 20.1%가 부모가 돌보고 있는 반면 발달장애인의 경우 약 70%가 부모가 돌보고 있다.
가정환경 등의 이유로 학교를 떠나는 이른바 ‘학교밖 청소년’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이들은 대략 28만명으로 추산되는데 전체 숫자는 재학 중인 초·중·고 학생의 4% 수준이지만, 작년 한 해 범죄를 저지른 소년범 중 ‘학교 밖 청소년’ 비율은 무려 43.7%에 달했다. 겨울철에 얼어죽는 동사자도 사각지대에 있는 사회적 약자들이다. 질병관리본부의 한랭질환 감시체계에 신고된 한랭질환환자는 작년 12월1일 이후 지난 14일까지 167명으로, 사망자 6명이 포함돼 있다. 발생 장소가 실내인 경우가 31.2%(48명), 집인 경우도 22.7%(35명)이나 되는 등 충분한 난방을 하지 못하는 에너지 빈곤층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강혜규 보건사회연구원 복지행정연구실장은 “아동은 말할 것도 없고, 장애인, 빈곤노인, 노숙자 등 사회적 약자들은 사회가 보호하고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며 “복지사각지대 해소는 동네, 학교 등 각각의 영역에서 신고 등 대처하고 지원까지 촘촘한 복지망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dew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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