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제재 & 대화 역설하며 1인 시위-SNS로 끊임없이 세대 뛰어넘는 소통…유호열 민주평통 신임 수석부의장의 ‘통일 외길 26년’
[대담=김필수 정치섹션 에디터]“북한 핵을 그대로 두고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적 통일을 달성할 수는 없습니다. 비핵화와 남북관계 발전, 그리고 통일준비라는 선순환은 결국 북한의 올바른 선택이 전제돼야 합니다”
‘풀뿌리 통일 활동’을 맡고 있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를 이끌게 된 유호열 신임 수석부의장은 북한의 제4차 핵실험 도발에 맞서 그 어느 때보다 일관된 원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6년간 통일 분야에 매진해온 최고의 전문가이자 활동가로서 한반도에서 통일의 꿈을 사그라들게 만드는 북한의 핵위협을 이번엔 끝내야 한다는 강력한 다짐이다.
▶통일연구 ‘외길’=유 수석부의장이 임명된 날은 지난달 6일이다. 공교롭게도 북한이 핵실험을 한 바로 그날이다. 부총리급 의전을 받는 대통령 직속 헌법기관 최고 자리에 올랐다는 기쁨을 느낄 새도 없이, 그리고 주변의 축하를 받을 겨를도 없이, 그는 다시 북한 문제 최전선에 섰다.
1991년 통일연구원에 몸담으면서 인연을 맺은 통일 문제는 늘 그의 곁에 있다. 1990년 6월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정치학 박사과정을 마치고 귀국한 유 수석부의장은 독일 통일을 목도하고 북한 그리고 남북통일 연구에 뜻을 품었다. 이듬해 신설된 통일연구원에 지원했다. 통일 연구는 처음부터 ‘시대의 부름’이었던 셈이다.
시작부터 통일 문제는 패기 넘치는 젊은 학자를 몰아붙였다고 유 수석부의장은 그때를 회상했다. 1991년 12월 31일 남북한 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합의가 이뤄졌다. 쉴 새 없이 이어지는 남북관계 속에 연구과제, 보고서 제출이 산더미처럼 쌓였다. 밤샘은 기본이었다.
“이병용 통일연구원 초대 원장님과 정세현 부원장님(차후 3, 4대 원장 역임)이 지도교수이자 가정교사셨습니다. 자료를 토대로 매일매일 나오는 합의문을 연구하면서 어떻게 후속조치 할까, 그런 주제 하나하나마다 보고서를 밤새서 썼습니다” 그는 남북 관계는 물론 중국 및 구소련과의 관계가 소용돌이치던 당시의 국제정치를 떠올리며 웃었다.
이후 1999년부터는 모교인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통일 연구에 한층 매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한국정치학회 회장, 통일준비위원회 정치법제도분과위원회 위원장 등 통일과 관련된 일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은 그 정점이다. 통일에 대한 국내외 여론을 수렴하고 통일에 관한 국민적 합의 도출과 범민족적 의지ㆍ역량의 결집, 평화통일정책에 관한 자문ㆍ건의 등 막중한 임무를 책임지는 자리다. 유 수석부의장은 “국민 여론에 기초해 생활과 현장에서 나오는 생동감 있는 정책건의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거리에 서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지성=유 수석부의장은 북극한파가 매서웠던 지난달 12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그가 든 피켓에는 ‘북핵반대’라는 글귀가 큼지막하게 써 있었다.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으로서, 또 통일문제를 연구하는 학자로서 북한의 핵도발을 두고볼 순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로 있던 2013년 6월에도 포퓰리즘 경제악법 저지를 위한 1인 시위를 벌였다. 그는 1인 시위가 국민의 관심을 환기하는 것은 물론 스스로에게도 축복이라고 강조했다. “1인 시위를 하고 있으면 ‘내가 왜 이걸 하고 있나’를 다시 한 번 고민하게 되면서 자기확신이 든다”고 말했다.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소통에도 적극적이다. 스스로를 ‘열린 보수’로 정의한 유 수석부의장은 김대중, 노무현 정권 시절에도 토론회나 세미나 등에서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걸 주저하지 않았다. 한 토론회에선 참석자가 그를 비난하며 논문을 찢어버리는 봉변을 당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이 일을 계기로 소통의 중요성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소통이란 게 남북갈등도 있지만 남남갈등이 이렇게 심하다는 걸 느꼈죠. 남남갈등이 우리가 통일을 하기 전에 먼저 풀어야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최근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용한 소통에도 재미를 붙였다. 세대를 뛰어넘는 통일, 그리고 통일교육이 필요하단 생각 때문이다. 통일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는 젊은층이 조금만 더 관심을 갖기를 유 수석부의장은 바라고 있다.
▶“북한, 핵ㆍ경제 병진 불가능”=유 수석부의장은 북핵 위기 국면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대북정책의 일관된 추진을 강조했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면 결코 원하는 걸 얻을 수 없단 확신을 세워 ‘도발→협상→보상 그리고 다시 도발’이란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는 것이다.
유 수석부의장은 국제사회의 단호하고 일치된 제재를 강조했다. 그는 노동당 주도의 계획경제를 내세우는 북한에 장마당이 400개 이상 서고, 그곳에서 중국 위안화나 미국 달러화가 통용되는 변화를 제재가 가져온 뜻밖의 결과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국 화폐를 쓰지 못할 정도의 경제는 그 상황을 지속할 수 없습니다. 이건 북한이 생각하는 국가 발전 모델이 아니죠. 한국과 국제사회의 제재로 북한 체제가 뿌리부터 흔들리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핵을 계속 보유하거나 개발하면 상황은 악화될 뿐 좋아지진 않을 것입니다. 핵은 공짜가 아닙니다. 그에 따른 비용을 북한은 감당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북한도 어느 시기에 ‘핵ㆍ경제 병진’ 정책을 포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북한이 포기할 수 밖에 없단 것에 대한 확신을 가져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실효적인 대북제재를 위한 열쇠를 쥐고 있는 중국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에 대해 유 수석부의장은 “한국이나 중국이나 모두 북한이 핵을 갖지 않고 정상적인 국가로 지역의 안정과 평화에 기여하길 원하는 건 똑같습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다만 중국이 북한의 전략적 가치 측면과 위협요소 등에서 우리와 같을 수 없다는 점을 직시하고 경우에 따라 전략적으로 이해하고 대응하는 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통일은 한국의 블루오션=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할 강력한 제재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유 수석부의장은 동시에 대화의 중요성도 빼놓지 않았다. 북한 체제의 특성상 정책을 바꾸는 건 한 순간이기 때문에 핵을 포기한 북한과 마주 앉았을 때 논의를 진전시킬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북한은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포기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면 하루 아침에 바꿀 수 있는 체제입니다. 우리는 북한이 철저하게 핵개발 대가를 치르도록 압박과 제재를 계속하는 한편 핵을 포기하면 대화할 수 있는 통로를 준비해 놓아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통일에 대한 대비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성장의 늪에 빠진 한국에 통일은 블루오션이 될 것입니다. 그렇지만 통일이 된다는 사실만으로 저절로 ‘대박’이 되지는 않겠죠. 서서히 교류협력을 하더라도 당장 들어갈 비용은 어마어마할 것이 분명합니다. 그렇더라도 우리가 포기할 순 없잖아요. 우리가 그런 조건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원하는 통일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정리=김우영 기자/kwy@heraldcorp.com
*유호열 수석부의장이 걸어온 길
▷1955년 서울 출생. 경기고 졸업 ▷고려대 정치외교학 학사ㆍ동대학원 정치학 석사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교 대학원 정치학 박사 ▷1991~1999년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1999~현재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2008년 북한연구학회 회장 ▷2009~2016년 민주평통 제 14~17기 상임위원 ▷2008~2016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2012~2014년 전국대학통일문제연구소협의회 상임대표 ▷2013~2016년 고려대 공공정책연구소 소장 ▷2013년 한국정치학회 회장 ▷2014~2016년 통일준비위원회 정치법제도분과위원회 위원장 ▷2014~2016년 정부업무평가위원회 위원 ▷2015~2016년 광복 7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 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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