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통사람’이 생각하는 '부자에 대한 통념 vs 실제 통계' 얼마나 차이날까 - 데이터로 입증된 ‘같은듯 다른’ 해외ㆍ국내부자의 富ㆍ학력ㆍ기부 분석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윤현종ㆍ민상식 기자] 부자(富者)를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굳이 우문(愚問)을 던진 이유는 이 단어를 바라보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여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섭니다.

최근 한 달 간 다음소프트가 트위터ㆍ블로그 등에서 집계한 ‘부자’의 연관 탐색어 상위 15개 가운데 긍정적 의미를 띤 연관어는 6개입니다. 부정적 뉘앙스의 연관어도 6개입니다.

부자 관련 여론이 엇갈리는 건 한국만의 현상은 아닌 것 같습니다. 지난달 23일 자산관리 컨설팅업체 웰스X는 재미있는 데이터를 내놨습니다.

핵심주제는 “글로벌 부자들을 보는 통념과 실제는 다르다”는 것인데요. 스위스 투자은행 UBS와 함께 2014년과 지난해에 작성한 ‘세계 부(富)보고서’를 인용했습니다. 전 세계 개인자산 3000만달러(362억원)이상 부자 21만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라고 합니다. 물론 한국 부자들도 포함됐습니다.

웰스X가 재작년에 나온 보고서를 올 들어 재인용한 ‘명분’이 있어보입니다. 날로 뚜렷해지는 부자에 대한 부정적 여론 차단입니다. ‘부자=상속자ㆍ고학력자ㆍ수전노ㆍ부 독점자’ 등 테마를 정해 순서대로 반박합니다.

물론 이는 지구촌 부자들이 ’전반적으로 그렇다’는 것입니다. 국내 사정과 동떨어진 부분도 꽤 있습니다.

통념 1. “모든 ‘억만장자’가 부를 상속받았다”

웰스X 측은 360억원 이상을 쥔 초고액자산가(Ultra High Net Worth ㆍ이하UHNW)들의 기본특성은 ‘기업가정신’이라고 반박합니다. 한마디로 상속자들이 아니란 뜻이지요. 보고서는 세계 UHNW 21만1275명 가운데 63.8%에 해당하는 13만4820명이 자수성가로 돈을 모은 부자들이라고 밝힙니다.

재산 100%를 상속받은 부자는 3만6690명(17.4%). 상속재산과 자수성가가 섞여 지금의 부를 일군 부호는 조사대상 18.8%인 3만9765명으로 집계됐다고 설명합니다.

지구촌 360억원 이상 가진 자산가 10명 중 6명 이상이 자수성가 부자로 나타났단 결론인데요.

한국은 어떨까요. 헤럴드경제 슈퍼리치팀이 자체집계한 국내 최상위 부자 100여명 중 자수성가 출신은 30여명으로 집계됐습니다. 국내 최대부호 10명 가운데 7명이 상속자인 셈입니다.

통념 2. “모든 억만장자는 일류대학 출신이다”

언뜻 보기엔 맞지만 정확히 말하면 위 통념도 ‘틀렸다’는 게 웰스X의 분석입니다.

우선 세계 초고액자산가 88%는 대학 이상 학력, 12%는 대학중퇴 이하 학력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그러나 세계 최상위 대학 10곳을 나온 ‘엘리트 동문’은 지구촌 21만여명 중 5%정도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웰스X는 “이 10개 대학 중에서도 ‘아이비(Ivy)리그’로 불리는 미국 동부연안 소재학교는 5개”라고 설명합니다.

한마디로, 소위 ’세계 일류대(?)’로 분류되는 아이비리그 출신 억만장자는 극소수란 얘기지요.

국내 사정은 살짝 다릅니다. 최상위 부자 100여명 모두가 대학을 나왔습니다. 이 가운데 75명은 서울대ㆍ고려대ㆍ연세대 등 세칭 ‘국내 일류대’ 출신이거나 미국 등 해외대학 출신입니다.

통념 3. “억만장자들은 기부를 잘 안 한다”

여기에 대해서도 웰스X는 적극적으로 반박합니다. 우선 부자들의 기부규모가 웬만한 나라 국내총생산(GDP)보다 많다는 논리인데요. 360억원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전 세계 초고액자산가들은 2014년 기준 1120억달러를 기부했다고 밝혔습니다. 같은 해 아프리카 모로코 GDP와 맞먹는 수준이라고 덧붙입니다. 실제로 보니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 뿐 아닙니다. 이들 부자 10명 중 6명 이상이 지금까지 살면서 100만달러(12억원) 이상을 공익목적으로 내놓은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한마디로 부자들은 사람들 생각보다 기부를 많이 한다는 것이지요.

한국 부자들은 어떨까.

드러난 숫자만 살펴보면 세계수준에 한참 못미치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12일 현대경제연구원 장후석 연구위원이 발표한 ‘나눔의 경제학 - 영미와 비교한 한국나눔문화 7대특징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1억원 이상 기부자가 가입 가능한 ‘아너소사이어티’ 구성원은 2008년 이후 꾸준히 늘고 있지만, 누적 기부금액은 300억원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물론 지난해 통일운동에 써 달라며 전 재산 2000억여원(추산)을 쾌척한 이준용(78) 대림산업 명예회장같은 인물도 있습니다. 그러나 고액 기부문화가 완전히 정착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여기엔 국내 시스템도 한몫하는데요. 장 연구위원에 따르면 2013년 개편된 기부금 관련 세금제도가 고액기부를 막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소득규모와 관계없이 일률적인 세율을 적용하는 세액공제로 제도가 바뀌면서 ‘기부를 많이 할 수록 혜택 감소폭이 커지는’ 효과가 생겼단 지적입니다.

개인기부 소득공제율을 40∼66%까지 적용하는 일본ㆍ미국ㆍ프랑스 등과는 많이 다른 모습입니다.

결국 종합해 보면, 세계인 머릿속에 있는 부자와 실제 부자의 모습은 같은 듯 해도 살짝 다르다는 게 숫자로 나타난 셈인데요. 그렇다고 한국 부자들이 ‘세계 부호들’ 추세를 따르는 것 같진 않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윤현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