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재현 기자]경찰이 채팅방에서 미성년 여성 명의의 아이디를 만들어 접속해 기다린다. 미성년 여성들과 ‘조건 만남’을 하려는 남성이 이에 속아넘어서 성매수를 제의했다가 붙잡혔다면 이는 ‘불법’ 함정수사일까, 아니면 ‘합법’ 위장수사일까.

미성년 여성들을 상대로 한 성매매 사범이 늘고 있는 가운데 수사기관 종사자들이 온라인 채팅방 등에서 미성년 여성인척 하며 수사하는 미국의 수사 방식을 한국에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는 함정수사에 가까워 도입해선 안된다는 반론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에 미성년 여성인 것처럼 하며 성매수 남성들을 수사하는 방식은 과연 불법한 함정수사인지, 합법적인 위장수사인지 판단 여부도 주목된다.

11일 대검찰청이 발간한 ‘형사법의 신동향’ 봄호에 실린 김한균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의 ‘아동ㆍ청소년성보호법상 아동 성매수범죄와 위장수사’라는 제목의 논문은 아동 위장 성매수 남성 수사의 합법성을 담보할 방안을 찾고 있다.

논문에 따르면 가출한 여자청소년 가운데 4명 중 1명 꼴로 성매매를 경험하고 있으며, 가출한 여자청소년의 성매매 최초 유입 시기는 15세 이하로 계속해서 낮아지고 있다. 특히 아동ㆍ청소년 성매매의 61%가 인터넷 채팅을 통한 이른바 ‘조건 만남’의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인터넷 채팅의 익명성과 여성 청소년들의 신고기피 현상 등으로 인해 성매매 단속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 등에서는 아동ㆍ청소년 대상 성매매 범죄의 선제적 예방을 위해 수사기관 종사자들이 신분을 위장하고 성매매가 이뤄지는 사이버 공간에서 성매수 남성들을 적발가능한 단계까지 유도해 체포하는 수사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즉, 조건 만남이 이뤄지는 주요 채팅 사이트에 미성년 여성인척 하고 들어가 성매매를 제의해오는 남성 등을 적발해내는 방식이다. 김 연구위원은 “잠재적 범죄피해자를 보호할 정책적 필요성이 인정되는 아동ㆍ청소년 성매매 범죄를 적극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서는 이같은 수사기법의 타당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소개했다.

문제는 함정수사 논란이다. 수사기관 종사자가 성매매 의향이 있는 여성인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 상대방의 범의를 불러일으킬 경우 ‘함정수사’로 분류돼 적법 시비를 피할 수 없게 된다. 이 과정에서 수집된 채팅, 쪽지 내용 등 역시 위법한 증거수집에 의한 증거로 분류돼 법정에서 채택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하지만 불법적인 ‘함정수사’와 합법적인 ‘위장수사’는 서로 구별된다며, 이를 위해서는 우선 보호 실익이 큰 ‘아동ㆍ청소년대상 성매수’에 한해 이같은 수사를 진행하고, 위장 수사관이 적극적으로 성매매 의사를 먼저 타진하지 말고 아동ㆍ청소년을 상대로 한 성매수의 뜻을 이미 가진채 접근해 오는 피의자에 한해서 수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수사기관 종사자는 미성년 여성이 아니라서 실제 성매수의 성립이 불가능한 만큼 유인행위 자체가 법적으로 문제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김 연구위원은 “범의유발과 기회제공이 뚜렷이 구분되기 어려운 성매매범죄의 특성상 사이버공간에서의 위장수사 허용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도 어렵다”며 “입법적 허용과 제도도입 여부의 판단은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