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유럽과 일본이 부진한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마이너스 금리를 잇따라 도입했으나 은행권 부실화와 엔화가치 급등 등 부작용이 속출하면서 정책적 효과를 내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 시중에 자금을 풀어도 그것이 가계와 기업으로 흘러들어가 소비와 투자를 촉진시키지 못해 경제활성화 기능을 상실하는 이른바 ‘유동성 함정’에 빠지는 양상이다.
한국에서도 수차례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보다는 경기부진 속에 가계대출이 급증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부동산 경기와의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있다. 이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인하 등 정책결정이 더욱 어려울 전망이다.
지금까지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곳은 유럽중앙은행(ECB)와 일본중앙은행(BOJ), 스웨덴ㆍ스위스ㆍ덴마크 등 5개국(경제) 중앙은행이다. 이들은 마이너스 금리 적용시 면제한도를 설정하거나 기관별 차등적용을 통해 복수금리 체계를 운용하는 그룹(일본, 스위스)과 중앙은행 지급준비금 및 예치금 대부분에 대해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는 그룹(유로존, 스웨덴 등)으로 나뉜다.
국제금융센터 분석에 따르면 중앙은행 예치금 대비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는 비중은 스웨덴이 100%로 가장 높고, 유로존은 86%, 덴마크 80%, 스위스 28%, 일본 4% 등의 순이다. 마이너스 금리라고 해서 모든 예치금에 적용되는 것은 아닌 것이다.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배경도 조금씩 다르다. 명목 정책금리가 제로 수준에 도달한 상황에서 추가 금리인하를 통해 경기를 진작하고 디플레를 방어하기 위한 곳(ECB, BOJ)과 통화약세에 대응하기 위한 곳(주로 비유로존 국가)으로 나뉜다.
하지만 이러한 마이너스 금리 도입이 실물경기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중앙은행들이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당분간 정책수단으로 계속 사용될 가능성이 있지만 시장에서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 등으로 회의적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마이너스 금리 도입이 당초 목적인 경기부양 및 디플레 방어에 실패할 경우 민간은행의 이익축소로 인한 부담 이외에 총수요 부족에 따른 경제분야의 취약성을 심화시킬 여지가 크다는 분석이다. 이른바 ‘유동성의 함정’이 심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국제금융센터는 마이너스 금리의 성패를 판단하기는 시기상조이지만 현재의 금융시장 심리가 크게 취약한 상황임을 감안할 때 정책 집행과정에서 중앙은행과 시장 참가자간의 시각차 등으로 시장 불안이 높아질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마이너스 금리를 거론할 상황은 아니지만 고민은 비슷하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월 금리를 동결한 이후 금리인하만으로 경제를 호전시키기는 한계가 있다며 구조개혁과 재정의 역할을 우회적으로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외 금융기관들은 한은이 빠르면 3월에 금리인하를 단행하고 하반기에 추가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국내외 경제상황이 심각할 정도로 위축되고 있어 재정과 통화의 정책공조가 긴급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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