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시진핑 4차례 정상회담 러, 안보리서도 ‘우군’끌어들이기

[베이징=박영서, 강승연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터진 후 러시아가 G8(G7+ 러시아)체제에서 축출되자 “러시아에는 서방 말고도 많은 친구들이 있다”고 말했다. 푸틴이 말한 가장 친한 친구가 바로 중국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방 제재의 칼날을 맞은 러시아는 중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다른 나라 내정에 간섭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고 강조해온 중국은 우크라이나 사태에선 러시아 편으로 기울면서 전략적 가치를 찾고있다.

푸틴과 시진핑(習近平)이 이끄는 중-러 두 나라가 이제 새로운 밀월관계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러 외무장관과 푸틴의 방중=러시아는 잦은 정상회담과 교류를 통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중국을 확실한 ‘우군’으로 끌어들이기에 나섰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15일 중국을 방문, 시진핑 국가주석, 왕이(王毅) 외교부장과 만난다. UN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가 열려 미국과 유럽연합 등이 러시아를 우크라이나 유혈사태의 배후로 꼽은 직후 이뤄진 이번 방중에서 라브로프 장관은 중국 지도부에게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한 협조를 요청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음달에는 푸틴 대통령의 방중이 예정돼 있다. 시 주석이 지난해 3월 주석 취임이후 첫번째 해외방문국으로 러시아를 선택한 이래 중-러 정상은 지난해에만 모두 4차례 회담을 가졌다.

올해에도 양국 지도자는 러시아 남부도시 소치에서 올렸던 동계올림픽에서 회동한 바 있다.

러시아는 푸틴의 방중에 맞춰 대중(對中) 천연가스 공급협상 타결을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천연가스를 30% 할인된 가격으로 중국에 판매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이 협상이 타결되면 중국은 러시아로부터 2018년부터 매년 680억㎥의 시베리아산 천연가스를 30년간 공급받게 된다.

이는 중국이 지난해 사용한 전체 가스의 약 4분의 1에 달하는 규모이자, 러시아 국영기업 가즈프롬이 사우스스트림 수송관을 통해 유럽에 공급하는 가스량보다 많은 것이다.

▶신(新) 실크로드를 연다=이같은 에너지 파트너십을 발판으로 중-러 간 경제협력은 가속페달을 밟을 전망이다.

모스크바타임스는 “서방과의 대립각이 높아지자 러시아가 그동안 좀처럼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던 동부 이웃국가인 중국과의 투자계약이 속도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개발은행(CDB)은 최근 러시아 극동지역에 50억달러(약 5조1975억원)를 투자하는 계획안을 최종 승인했다. 러시아 극동개발부에 따르면 이 자금은 지역 경제특구와 대규모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에 투자될 예정이다. 이는 이른바 ‘신 실크로드’로 불리는 중국 충칭(重慶)시와 독일 뒤스부르크를 잇는 철도사업 ‘위신어우’를 겨냥한 것이다.

고대 중국과 페르시아 간 동서 통상로인 실크로드 재현을 목표로 한 위신어우 철도는 지난 2011년 개통했으며 중국에서 시작해 러시아, 카자흐스탄, 벨라루스, 폴란드, 독일 등 아시아ㆍ유럽 6개국을 관통한다.

알렉산드르 갈루쉬카 극동개발부 장관은 “러시아는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에서 유럽을 잇는 수송로를 만들 계획”이라면서 “이같은 구상은 중국 정부의 신 실크로드와 궤를 같이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러시아는 ‘북극항로’(NSR)를 통한 중국과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북극해를 가로지르는 NSR은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기존 남방항로에 비해 거리가 짧아 유럽∼아시아 간 해상 수송비를 25%까지 절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