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동부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개입 의혹이 제기되면서 서방과 러시아의 중재자 역할을 하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마저 러시아에 등을 지고 돌아섰다. 이런 가운데 메르켈 총리가 주도하는 유럽연합(EU)은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방안을 논의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추가 제재에 대한 의지는 그 어느때보다 강력했다.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는 메르켈 총리가 (러시아에 대해)다른 어느때보다 금융제재를 더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14일(현지시간) 전했다.

독일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블룸버그에 “이미 다음단계의 제재안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며 “이같은 경제제재 범위는 더욱 확대되고 기업이익에 더 타격을 주는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메르켈 총리는 최근 러시아에 여러 차례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실제로 독일 정부는 지난 11일 에어버스가 러시아와 9억7300만달러 규모의 인공위성 기술 계약을 체결했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에 무기를 수출하는 면허를 일시 중지시킨다고 밝히면서 계약이 유보되기도 했다.

앞서 지난 5일엔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국경 침범이 지속되면 추가적인 경제제재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메르켈의 주도 하에 EU는 1, 2 단계로 주요 인사들에 대한 비자 발급 중단, 자산 동결 등의 제재 조치를 결의하기도 했다.

메르켈 총리의 입장 변화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개입 증거들이 나오고 있다는 여러 주장들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소요사태를 조장했다는 ‘강력한 증거’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고 14일 AP통신이 보도했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러시아가 취한 행동들, 러시아가 관여하면서 했던 위반사항 등 동부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난 일을 능동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악관 측은 지난 크림 합병과정과 동부 우크라이나 상황 사이에 명백히 유사한 점이 있다며 이번 사태 역시 러시아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카니 대변인은 “확보한 증거는 러시아가 친러세력의 활동을 지원하고 개입했다는 내용”이라며 “동부 우크라이나 여러 도시에 걸쳐 동시에 발생한 조직적인 노력의 흔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따르면 지방정부 청사와 경찰서 등 관공서를 점령한 무장세력은 러시아제 무기를 사용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의 개입을 암시하는 정황들이 포착되면서 EU는 14일 룩셈부르크에서 열린 외무장관 회의에서 러시아에 대한 제재 확대를 결의했다. 미국도 추가 제재를 시사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본격적인 3단계 방안이 논의됐으며 러시아 은행과 기타 금융회사 석유 및 가스 회사에 대한 거래 금지, 무기 금수조치 등의 제재 방안이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자산동결 및 여행금지 제재 대상자도 현재 33명에서 100명 이상으로 늘리기 위해 추가 명단을 작성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친러 시위대에 대한 개입을 중단하지 않으면 치러야 할 대가가 늘어날 것”이라며 추가 제재를 경고했다. 제이컵 루 재무장관도 미 정부가 추가 경제제재에 대한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EU 등 서방의 경제 제재안 확대 여부는 오는 17일 예정된 4자회담의 성패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로랑 파비위스 프랑스 외무장관은 “4자회담에서 실질적인 사안들을 논의하기를 강력히 희망하고 있으며 정치적 해결을 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면서도 “필요하면 다음 주 유럽 정상회담을 열어 새로운 제재안을 채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문영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