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한지숙 기자]‘적은 내부에 도사리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러시아에게 더 센 재갈을 물리려는 미국 정부와 유럽연합(EU)과 달리 상당수 기업인들과 정치인은 정반대의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서방이 ‘푸틴 왕따 시키기’ 정책을 제대로 펴보기도 전에 내부에선 엇박자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美 CEO들, 오바마 보다 푸틴 편 =불협화음은 다음달 22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국제경제포럼(SPIEF)을 앞두고 미국 기업가들 사이에서 나왔다.
비즈니스위크는 24일(현지시간) 골드만삭스, 시티그룹, 모건스탠리, 비자, 펩시, 알코아 등 주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고립 기법을 따르지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CEO를 비롯해 상당수 기업들이 이 행사에 예년대로 참석할 뜻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이 행사에 직원 9명을 보내기로 한 보스톤컨설팅그룹 측은 “이런 불안한 환경에선 주요 경제, 사업 주제들을 두고 대화를 계속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사 3명을 참석시키는 캐터필러는 “현재 경제 상황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라고 참석 사유를 설명했다. 보잉은 미국및러시아 부문 대표를 파견해 “어떻게 전개가 되는지 계속 주시하겠다”고 했다. 작년 이 행사에 펩시 제품 3만개를 제공하고, 펩시 카페도 운영했던 펩시코에선 올해도 CEO가 참석한다. 이 밖에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시티, 비자 등의 CEO가 참석 확정자 명단에 올라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주재하는 SPIEF에는 지난해 81개국 6035명이 참가해 총 2940억달러 규모의 계약을 성사시켰다. 러시아는 지정학적 위기로 올해 경제둔화가 예상되지만, 여전히 서방 기업들에게는 거대한 시장이다.
기업인들에게는 ‘정치 논리’ 보다 ‘경제 논리’가 앞서고 있다. 기업 생존과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위크에 따르면 올 1분기 실적 발표 시즌에 캐터필러, UPS, 몬산토, 시티그룹 등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올해 이익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들은 부메랑이 되어 돌아 올 러시아 제재가 달갑지 않다.
▷유럽 극우파, 푸틴과 상부상조 =그런가하면 서방의 극우 성향 정치인들은 외려 서방 정부를 향해 집중 포화를 가하고 있다. 마리앙 르펜 프랑스 국민전선당 대표는 이 달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해 서방이 러시아에게 파괴적인 신냉전을 선포했다고 맹비난했다. 헤이르트 빌더스 네덜란드 자유당 대표는 EU가 우크라이나를 엉망으로 만들어놨다고 정부와 딴 목소리를 냈다. 나이젤 파라지 영국 독립당 대표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지도자는 푸틴이라고 말했다.
푸틴과 가장 가까운 서방 극우파는 헝가리 조빅당의 가보르 보나 당대표다. 지난해 모스크바를 방문한 그는 러시아를 조빅당의 파트너라고 선언했다.
비즈니스위크는 “푸틴이 우크라이나에서 우파 성향의 새 정부로부터 러시아어 사용인구를 보호하기 위해 개입을 정당화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발언은 이상하다”고 평했다.
극우파들이 푸틴 발언을 잇따라 쏟아내는 데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다음달 25일로 예정된 EU 의회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극우파들이 “EU의 도넘은 행동이 초래할 위험”을 강조하려 드는 경향이 있다는 분석이다. 프랑스 국민선전선당, 네덜란드자유당, 영국 독립당은 모두 EU 탈퇴를 주창하는 노선에 있다.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유럽 납세자들이 낸 EU 재원을 쓰는 점도 이들에게는 공격 꺼리다.
미쉘 오렌스타인 노스이스턴대학교 정치학 교수는 최근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 기고에서 유럽 극우파는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정치적 잇점을 얻으려 들고, 푸틴은 그런 극우파를 자신의 목적을 위해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러시아가 유럽 극우파를 돕는 건 이념과는 관계가 없다. 그보다는 EU 확대를 방지하고, 러시아에 우호적인 유럽정부가 권력을 장악하도록 돕기 위함”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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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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