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안 담패 피는 것 왜 막아” 갑자기 폭행

-시민들 사회적 분노로 화풀이감으로 전락해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1. 지난 25일 수서경찰서는 달리는 택시 안에서 택시기사 이모(67) 씨를 폭행한 혐의로 손님이었던 신모(51)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신 씨가 기사를 때린 것은 택시 안에서 담배를 피우려는 것을 이 씨가 막았다는 이유였다. 신 씨는 달리는 택시에서 욕설과 함께 물병으로 이 씨의 얼굴과 가슴을 폭행했다. 결국 신 씨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특수폭행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됐다.

#2. 지난 7일 오후 11시께. 택시기사 엄모(50) 씨는 판교에서 신천으로 손님을 태우다 황당한 일을 겪었다. 뒤에 탄 승객 홍모(32) 씨가 갑자기 목을 조른 것이다. 홍 씨가 술에 취해 노래를 부르는 것을 엄 씨가 제지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엄 씨는 택시 운행 내내 홍 씨로부터 폭행을 당했고 결국 수서경찰서로 찾아와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엄 씨는 경찰서 도착 30분 만에 요금만 받고 돌아가야만 했다. 경찰 수사를 기다리다간 하루 수입을 다 놓치기 때문이다. 엄 씨는 “사납금이 8만원인데, 오늘 6만원 밖에 벌지 못했다. 경찰서에서 폭행으로 신고해 시간을 허비하느니 빨리 다음 손님을 받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그나마 경찰관의 도움으로 요금은 제대로 받을 수 있었다”고 했다.

택시기사들이 안전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다. 심야 시간 취객들을 상대하며 요금 실랑이 뿐만 아니라 폭언과 폭행까지 당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택시기사를 상대로 한 폭행은 줄지 않아 안전 대책이 절실하지만, 해결책은 묘연한 상황이다.

물론 모든 손님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일부 사회적 불만을 가진 이들이 달리 풀데가 없어 택시기사를 향해 분노를표출하는 것으로 보인다. 택시 기사들로선 앉아서 봉변당하는 일도 많다. 특히 경기 불황이 겹치면서 택시기사들이 폭행당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지난 2007년부터 개정된 법에 따라 운행 중인 버스와 택시 기사를 폭행하면 특별법에 따라 5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처럼 운전자 폭행에 대한 처벌은 강화됐지만 정작 택시기사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실제 처벌까지 이뤄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법이 개정된 지 9년이 지났지만, 택시기사에 대한 폭행은 좀처럼 줄지 않았다. 경찰청이 잠정 집계한 지난해 운전 중 운행자 폭행 건수는 3149건이다. 검거 인원만 3256명으로, 하루 평균 8.6건 꼴로 택시 기사들이 폭행당하고 있다는 뜻이다. 하루 평균 9.8건이 발생하던 5년 전과 비교해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대부분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이 경찰에 정식 접수되지 않는다는 점에 비춰보면 실제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막상 검거되더라도 현실은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다. 법 개정으로 양형 기준은 강화됐지만 실제로는 대부분이 벌금형으로 끝난다. 솜방망이 처벌 때문에 택시기사 폭행 사건이 줄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런 현실에 대해 제도적 처벌 강화보다는 물리적으로 택시기사를 보호하는 예방책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도우 경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택시 기사에 대한 폭행은 대부분 만취한 취객에 의해 일어나기 때문에 처벌을 강화한다고 예방 효과가 생기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택시기사 폭행을 막으려면 미국과 같이 보호 격벽 등을 설치해 물리적으로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