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정순식 기자] 지난 2월부터 시행된 여신심사가이드라인 이후 깐깐해진 은행 대출심사로 급전이 필요한 자영업자들이 제2금융권으로 내몰리고 있다.

매달 원리금을 갚아야 하는 시중은행들과 달리,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은 원금 상환 부담이 없어 급전이 필요한 자영업자들이 고금리를 감수하면서 대출 창구를 찾고 있는 것.

이에 따라 제2금융권의 가계 대출이 급증하고 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상호저축은행의 가계 대출 잔액은 15조223억원으로, 2006년 말 이후 9년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용협동조합의 가계 대출도 32조529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상호금융의 가계대출도 155조768억원에 달한다.

이처럼 2금융권의 가계 대출이 급증하는 데는 자영업자들의 영향이 적잖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은행권에 적용된 뒤, 대출절벽에 처한 자영업자들이 대거 2금융권을 찾고 있는 것.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소규모 자영업자는 소득이 일정치 않아서 분할 상환에 대한 부담이 크다”며 “대출 상담을 받으러 왔다가 그냥 가시는 분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한국은행의 2015년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금융권의 자영업자 대출(농림ㆍ어업 포함)은 지난해 6월 말 기준 574조5000억원에 이른다.

자영업자의 약 63.6%(330조5천억원)가 기업대출과 가계 대출을 중복으로 받아 대출 규모가 커졌다.

이 중 가계 대출만 받은 일부 자영업자 부채는 질적인 측면에서 위험 채권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들 자영업자의 약 16%가 저신용등급(7~10등급)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또 3개 이상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도 2010년 318만명에서 작년 6월 344만명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른 부채규모도 282조원에서 348조원으로 늘었다.

문제는 자영업자들 대부분이 경기민감 업종에 종사한다는 점이다.

작년 9월 기준 자영업자 대출은 부동산임대업 34.4%, 음식ㆍ숙박업 10.2%, 도ㆍ소매업 16.9% 등 경기 민감 업종에 집중돼 있다.경기변동에 민감한 자영업자들이 비싼 이자에 의존할 경우 신용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는 지적이 커지는 이유다.

정희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원리금 상환이 너무 급작스럽다 보니 서민을 중심으로 대출 부담이 갑자기 늘어나고 있다”며 “정부의 대출 규제 속도가 너무 빨라 신용위기 등의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원리금 상환에 대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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