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했다. 빨리 집에 가고 싶었다. 지난달 28일 토요일 오후 6시 10분께 주간 당직 근무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환승을 위해 2호선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급한 목소리의 역무원 방송이 나왔다. 볼륨이 너무 커서인지, 역무원이 마이크를 바투 잡았는지 소리가 울렸다. 한참 귀를 기울였다. 내용을 이해한 뒤, 편집국에 남은 야간 당직 선배에게 ‘토스’했다.

“선배, 지하철 2호선 구의역 강남방면에서 사망사고로 지하철 운행 잠시 중단됐다고 사당역에서 안내방송이 나오네요.” 선배는 “속보 띄웠다”고 했다. 난 ‘ㅋㅋ’를 섞어가며 “네”라고 답했다. 다시 피곤이 밀려왔다. 빨리 집에 가고 싶었다. 지하철이 어서 오기만을 기다렸다. 집에 도착하고 나선 잊어버렸다.

‘컵라면’을 본 건 출근 준비를 하던 다음날 오후였다. 육개장 컵라면이 드라이버에 섞여 있었다. 김 군의 유류품이었다. 써야 했다. 그런데 뭘 어디부터 써야 할지. 감이 안 잡혔다.

월요일 새벽 구의역으로 갔다. 누가 놓은 지 모를 국화꽃 한 송이가 구의역 강남 방면 9-3 승강장 옆에 놓여 있었다. 출근길에 오른 시민들은 그 옆을 바삐 지나갔다. 기름에 전 나사못이 뒹굴었다. 사진을 찍었다. 사진 설명을 쓰라는 지시가 뒤따라 왔다. 장면을 묘사할 자신이 없었다. 한참을 쓰고 지웠다.

그렇게 10여일이 지났다. 특혜로 밖에 볼 수 없는 용역계약서 문제, 을중을(乙中乙) 인 하청업체 비정규직 실태가 밝혀졌다. 서울메트로 간부들은 물러났고 서울시장은 머리를 숙였다. 이들은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고 경찰도 수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결과가 언제 나올진 미지수다. 그때까지 시민들은 바쁜 발걸음을 멈춰줄까. 그 많던 포스트잇과 국화꽃은 구의역에 남아 있을까. 기자들은 관심을 계속 가질 수 있을까. 난 피곤하지 않을 수 있을까.

김 군의 발인이 9일 오전 건대 장례식장에서 있다. 지난번에 만났던 김 군 어머니의 말이 머리를 맴돈다.

“공구하고 컵라면, 숟가락이 뒤섞여 있어요. 밥도 못 먹게 몰아대고 아이가 무슨 규정을 어겼는지요. 제발 우리 아이의 억울함을 꼭 밝혀주세요. 제발 부탁드립니다. 저희 아이 잘못이 아닌 거 다들 알고 계시잖아요. 정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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