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첫주 모처럼 달콤한 연휴 불구 세월호 참사 여파 애도 분위기 확산 직장인 단체·해외여행은 자제 일반 가족단위 여행은 예정대로 진행

‘가정의 달’ 행사 등 줄줄이 사라져 대학도 “축제 대신 모금운동” 동참 ‘화려하게 놀러가기가 미안하고, 죄스럽고, 안타까워서….”

5월 가정의달 ‘황금연휴’가 임박했다. 모처럼의 달콤한 최장기 연휴다. 5월1일 근로자의 날부터 주말(3~4일), 어린이날(5일), 석가탄신일(6일), 여기에 어버이날(8일), 스승의날(15일)까지 골든위크와 각종 기념일로 이어지는 가정의달 스케줄은 오래전에 정한 이가 많다. 긴 연휴를 즐기게 된 직장인들은 저마다 계획 세우기에 분주했고, 여행을 위한 항공권과 호텔 예약은 일찌감치 마감됐다.

하지만 세월호의 비극은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스케줄의 재조정’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분위기다.

동부이촌동에 사는 직장인 김모(47) 씨. 김 씨는 매년 한차례 친구 3가족과 함께 단체여행을 떠나곤 한다. 올연초에 친구들과 의기투합해 5월초 3박4일 일정으로 대천에 있는 콘도에서 보내기로 했었다. 하지만 세월호 침몰로 인해 가족간 여행을 떠나더라도 즐거운 마음이 지속될지 의문이고, 뭔가 찜찜해 다시 상의했다. 낸 결론은 이번에는 취소하지는 것. 김 씨는 “아내들끼리 상의를 했는데, 4가족이 모이면 왁자지껄해질 수 있고, 아이들 교육상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단체여행은 접고, 대신 각자 가족들끼리만 근교의 산이나 박물관, 힐링장소를 찾아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그렇다고 마냥 방에만 있을 수 없어 이번 연휴엔 ‘화려한 외출’은 삼가고, ‘소박한 외출’을 해야 할 것 같다”며 “며칠간 평소 돌보지 못했던 딸 아이의 학교공부를 챙겨주면서 대화의 시간을 많이 갖고자 한다”고 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전모(38) 씨도 4박5일 일정으로 계획했던 해외 여행계획을 최근 취소했다. 대신 부모님댁을 찾아 가족들과 조용히 시간을 보낼 계획이다. 그는 “연휴를 맞아 가족 여행을 간다는 분들도 취소한 경우가 많다더라”며 “사회적인 분위가 이런데 놀러간다는 게 마음에 걸리고, 눈치가 보이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세월호 참사로 가정마다 이같이 ‘화려한 여행’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수많은 희생자가 나온 현실에서마냥 웃고 떠들고, 씀씀이도 헤프게 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세월호 침몰로 인해 화려한 여행을 자제하다는 분위기가 집단적 공감대로 형성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다만 정신건강상 지나치게 우울할 필요는 없고, 소박하면서도 절제된 휴식과 놀이, 그리고 건전한 소비는 필요해 보인다”고 말한다.

실제 이번 골든위크를 겨냥해 미리 일정을 잡았던 이들 대부분 예약 등을 취소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워낙 귀한 황금연휴이고, 모처럼의 휴식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정은 소화하되, 소박하거나 절제된 연휴를 보내겠다는 쪽으로 맘을 다잡는 이들이 많아 보인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전국적인 애도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예약 취소와 문의가 간간이 있긴 하지만, 황금연휴라 그런지 예약 취소율이 크게 높은 것은 아니다”고 했다.

이와달리 전국에서 열릴 예정이던 공개 행사와 축제는 잇따라 취소되고 있다. 청와대는 매년 5월5일 소외계층 자녀 등을 초청해 어린이날 행사를 열었지만 올해는 하지 않기로 했다. 중앙부처와 전국 거의 모든 지자체와 학교에서도 예정돼 있던 어린이날 축제, 어버이날 행사, 스승의날 기념식을 대부분 취소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스승의날 기념회’를 개최하지 않고 5월 12∼18일을 ‘세월호 참사 희생자 애도기간’으로 대체하겠다고 했다.

5월 대학들의 축제기간인 대동제도 대부분 대학에서 취소하고 있다. 동덕여대 관계자는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로 인해 전 국민이 아파하고 슬픔에 잠겨 있는 가운데 조금이나마 우리도 동참하고 싶어서 총학생회에서 자발적으로 축제를 취소키로 했다”며 “축제 대신 모금운동 등을 통해 애도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A 대학 관계자는 “요란한 행사는 지금 분위기와 맞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그렇다고 모든 행사가 스톱되는 것도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에서 희생자를 애도하는 동시에 건강한 사회를 위해 일조하는 소박한 행사들은 그대로 진행된느 흐름”이라고 했다.

박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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