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들 “손님·배달 줄어 매출 반토막”

소상공인연합회 “극도로 추운 겨울 계속”

해외여행 꺼리고 외국선 한국여행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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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명동 번화가 인근에서 20년간 김밥가게를 운영한 김모씨(70)의 가게 전경 정호원 기자
최근 서울 중구의 한 임시휴업한 가게 출입문에 장사 준비를 하는 자영업자 모습이 비치고 있다. [뉴시스]

비상계엄 선포와 후폭풍이 외식·여행 업계에도 닿았다. 송년회와 연말모임 등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자영업자 일부는 거리로 뛰쳐나왔다. 여행을 떠나려던 시민은 계획을 접고 집회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업계는 그야말로 ‘비상 상황’이다.

10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비상계엄 선포 이후 각종 행사와 단체 회식 등이 취소되면서 경기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가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날 서울 양천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40) 씨는 “시위 영향인지 지난 주말에 손님이 평소보다 절반도 안 왔다”며 “앞으로 대통령이 내려올 때까지 시위한다는데 매출이 줄어들 것이 눈에 훤하다”며 고개를 저었다. 이어 “가게 운영에 고민이 많지만, 나라가 바로잡혀야 장사도 맘편히 하지 않겠나”라며 “이번주 토요일에는 나도 가게 문을 닫고 시위에 나갈 생각도 하고 있다. 온 국민이 난리인데, 시위 참가로 잠깐 가게 문 닫는다고 공지하면 다들 공감해 주지 않겠나”라고 강조했다.

지난 7일 거리에서 만난 자영업자 A(53) 씨는 “이 시국에 어떻게 즐겁게 회식을 진행할 수 있겠나. 예약과 모임도 다 취소되고 있다”며 “이미 연말 매출 반토막이 예상되는데 내년 장사도 힘들 것 같다. 식당 주인 이전에 한 국민으로써 시간이 되는대로 집회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자영업자 B(48) 씨는 “다 집회를 간 것인지 주말인데 배달 주문도 거의 없더라”라며 “이럴 바엔 그냥 시위 나가는게 낫겠다는 생각에 아내와 함께 국회로 갔다. 잠시 장사를 접더라도 시국 안정을 위해 한 사람이라도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탄핵소추안 표결을 두고 정국 혼란이 계속되면서 연말 분위기는 당분간 찾아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나라의 혼란이 계속되면서 연말 행사 취소로 힘들어하는 이들이 많다”며 “솔직히 이 시기에 누가 회식을 하겠느냐. 자영업자에게 극도로 추운 겨울이 이어질 것 같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시국이 안정될 때까지 여행을 떠나지 않겠다는 시민도 나오고 있다. 직장인 김모(42) 씨는 “연말 연초에 일본 여행을 가려고 했는데, 취소 수수료 내고 가지 말지 진지하게 고민 중”라며 “계속해서 탄핵 정국이 이어지는 것이 더 불안하다”고 말했다.

대학생 박모(23) 씨는 “시험이 끝나고 겨울방학이 되자마자 베트남으로 여행 가려고 했는데 (취소했다). 비상시국이 계속되면 동아리 사람들과 국회 앞으로 나가보려고 한다”라며 “지금 이 시기에 여행을 가느니 집회 가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라고 촛불집회를 언급하기도 했다.

일부 ‘여행자 카페’에는 “계엄 때문에 불안해서 여행을 취소했다”, “물가도 더 오를 것 같아서 여행 가는 건 아닌 것 같다”, “탄핵안이 가결될 때까지 여행을 미뤄야겠다” 등의 글이 다수 올라왔다.

실제로 주요국들이 한국에 대한 ‘여행 경보’를 내리면서 여행 업계는 비상 상황을 맞았다. 앞서 미국, 영국, 일본, 싱가포르 등이 주한대사관을 통해 한국에 체류 중인 자국민에게 주의를 권고하면서 외국인들의 문의가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국가에서는 ‘한국 여행 주의’를 내렸다. 실제로 방한 예정이던 미국 국방장관도 방한을 보류했다. 카자흐스탄 국방장관은 방한을 취소했고, 사우디아라비아 왕자 일행도 여행을 취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안전 관련 문의가 일본, 미국 등을 중심으로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이번 사태로 인해 한순간에 무너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김용재·안효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