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고한 AI 반도체 수요 강세
중국 SMIC 저가 공세 맹추격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지속되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강세에 힘입어 11월 기준 사상 최대 매출을 올렸다. 업계 2위 삼성전자가 주춤하는 사이 갈수록 격차를 크게 벌리며 입지를 공고히 하는 모습이다.
TSMC가 첨단 공정에서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을 과시하고 있는 가운데 후발주자인 중국 파운드리 기업까지 성숙 공정에서 저가공세를 펼치며 치고 올라오고 있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사수가 더욱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TSMC가 지난 10일(현지시간) 발표한 11월 매출은 2760억6000만 대만달러(약 12조2000억원)다. 전년 동기 대비 34.0% 증가한 수준이자 11월 기준 사상 최대 매출액이다. 올 1~11월 누적 매출 역시 2조6161억 대만달러(약 115조3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31.8% 늘었다.
10월과 비교하면 매출이 12% 감소했지만 여전히 높은 AI 반도체 수요가 TSMC의 호실적을 떠받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을 겨냥한 미국 정부의 AI 반도체 제재에도 불구하고 엔비디아 등 비중국 시장에서 AI 반도체 수요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비수기인 4분기에도 AI 수요에 힘입어 TSMC가 시장 기대치 수준(약 37조48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의 입지가 갈수록 강해지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TSMC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올 1분기 61.7%에서 3분기 64.9%로 상승했다. 반면, 삼성전자의 시장 점유율은 같은 기간 11.0%에서 9.3%로 하락하며 10% 밑으로 떨어졌다.
3분기 매출액을 보면 TSMC는 전년 동기 대비 36.4% 증가한 235억2700만달러(약 33조6300억원)를 거뒀지만 삼성전자는 같은 기간 9% 줄어든 33억5700만 달러(약 4조8000억원)에 그쳤다.
이제 TSMC와의 격차가 벌어진 것보다 후순위에 있는 중국 기업들의 추격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3위인 중국 SMIC는 3분기 6.0%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며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3.3% 포인트 차이로 좁혔다.
대만 UMC와 미국 글로벌파운드리의 시장 점유율이 7%대에서 각각 5.2%, 4.8%로 떨어진 점도 중국 파운드리 업체의 강세를 반증하고 있다. 여기에 일본 파운드리 기업 라피더스까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가세했다. 파운드리 시장에서 약 60%를 점유하고 있는 TSMC를 제외하면 나머지 40%를 놓고 시장을 놓고 삼성전자 등을 포함한 한·중·일 기업 간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하게 전개될 조짐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2나노 공정 수율 개선과 성숙공정 사업 확대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며 배수진을 쳤다.
이영원 흥국증권 연구원은 “파운드리 분야의 부진과 레거시 공정에서 중국 반도체 기업의 성장이라는 2중고를 겪고 있다”며 “경제 외적인 부담까지 가세할 경우 각 산업별 경쟁력에도 부정적 영향이 확대될 우려를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현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