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라이브커머스 시장 실태연구 돌입

홈쇼핑 참전에 내년 시장규모 25조원 전망

사업자 ‘갑질’, 소비자 피해사례 파악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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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홈쇼핑 제공]

[헤럴드경제=정석준 기자] 국내 라이브커머스 시장이 홈쇼핑 업계의 경쟁적 진출에 힘입어 내년 25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공정한 경쟁을 위한 법·제도는 미비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에 정부는 변화하는 라이브커머스 시장 구조를 들여다보고 대응책을 모색하기로 했다.

16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0월, ‘라이브커머스 시장 실태 연구’에 착수했다. 라이브커머스란 실시간 동영상 스트리밍을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서비스다. 공정위 관계자는 “라이브커머스 시장 구조와 거래관행에 대한 실태 연구를 통해 시장 상황을 분석하고, 경쟁제한·불공정 이슈 등을 파악해 대응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의 라이브커머스 실태조사는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가 영향을 미쳤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라이브커머스 시장 규모는 2020년 3조원에서 지난해 10조원까지 성장한 것으로 추산된다. 내년에는 25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시장의 급성장은 다양한 사업자들이 꾸준히 진출한 결과다. 과거에는 네이버, 카카오, 쿠팡 등 플랫폼 사업자의 비중이 컸다. 2022년 서울시가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라이브커머스 소비자 중 네이버 쇼핑라이브 이용자가 84.1%(이하 중복답변), 카카오 쇼핑라이브가 54.6%, 쿠팡라이브가 47.6%였다.

최근에는 TV홈쇼핑 업계가 라이브커머스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TV 시청 인구 감소와 송출수수료 부담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CJ온스타일은 올해 8월 배우 한예슬, 가수 소유 등을 기용해 라이브커머스 콘텐츠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에 나섰다. 그 결과, 올해 3분기 CJ온스타일 전체 취급고(거래액)는 881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 줄었으나, 모바일 라이브커머스 취급고는 88.6% 성장했다. 이 기간 매출은 11.2% 늘어난 3338억원, 영업이익은 29.6% 증가한 92억원을 기록했다.

롯데홈쇼핑은 현장 생방송, 인플루언서 협업, 직원 출연 1인 방송 등 이색 콘텐츠를 선보이며 경쟁력을 강화했다. 올해 1~11월 라이브커머스 ‘엘라이브’ 주문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4050 여성의 주문 건수가 130%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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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온스타일 모바일 라이브쇼 신규 프로그램 MC 5인. 왼쪽부터 선예, 소유, 한예슬, 안재현, 김소영. [CJ 온스타일 제공] [CJ 온스타일 제공]

공정위는 이번 조사를 통해 달라진 라이브커머스의 시장 구조를 파악할 계획이다. 특히 사업자와 판매자 간 ‘갑질’이나 소비자 피해 사례를 집중적으로 살필 예정이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해 10월에도 쿠팡, 네이버, 카카오, 그립컴퍼니 등 라이브커머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사업자들의 판매자 이용약관을 심사하고 시정한 바 있다.

당시 공정위가 파악한 불공정 약관으로는 구매자가 상품을 받지 못하거나 계정정보 유출 사고 발생 시 무조건 판매자에게 책임을 부과하는 조항이 있었다. 이 경우 판매자는 자신의 귀책이 없음에도 사고 발생 시 책임을 부담하고, 플랫폼 사업자는 통신판매중개자의 책임과 의무가 면책되는 문제가 있었다.

통신판매중개자인 플랫폼 사업자가 판매자와 소비자 간에 발생한 분쟁에 개입한 경우, 판매자가 플랫폼 사업자의 결정을 무조건 따르도록 한 조항도 시정 대상이었다. 해당 조항이 판매자의 권리를 제한해 불공정하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최근 라이브커머스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다양한 사업자가 등장하면서 실태 조사에 나선 것”이라며 “불공정 관행이 있는지 전체적으로 살펴볼 것”이라고 전했다.

TV홈쇼핑 업계는 플랫폼과 사업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과거 사례와 거리가 멀다는 입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홈쇼핑은 입점부터 반품, 환불까지 전 과정을 맡기 때문에 판매자와 긍정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유리하다”며 “기업별로 좋은 상품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담합이나 경쟁제한 사례가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