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예대금리차 석달째 오름세

금리인하 무용…‘이자장사’ 지적

3분기 누적 이자수익 역대 최고

지난 10월 11일 한국은행이 3년 2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내렸지만, 은행들은 대출금리를 내리지 않고 되레 이익을 챙겼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이익 기반이 되는 예금과 대출의 금리 격차(예대금리차)는 오히려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활성화를 위해 긴축 기조를 푼 당국의 결정을 기회 삼아 은행들이 ‘이자장사’를 했다는 비판이다.

16일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10월 신규 취급액 기준 가계 예대금리차(정책 서민금융 제외)는 평균 1.04%포인트로, 7월(0.434%포인트)보다 0.602%포인트 확대된 수준이다. 예대금리차가 크다는 것은 예금과 대출 금리 격차에 따른 은행의 마진(이익)이 크다는 뜻이다. 은행별 예대금리차는 NH농협은행(1.20%포인트)이 가장 높았고, KB국민은행(1.18%포인트), 신한은행(1.01%포인트), 하나은행(0.98%포인트), 우리은행(0.81%포인트) 등이 뒤를 이었다.

문제는 은행권의 예대금리차 수준이 금리 인하에도, 고금리 시기였던 1년 전으로 되돌아갔다는 것이다. 통상 금리 하락기에는 대출금리가 예금금리보다 빠르게 내려 예대마진이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는데, 8월 들어서 확대로 방향을 틀었다. 해당 은행들의 예대금리차는 6월 0.51%포인트에서 7월 0.43%포인트로 내렸으나 8월(0.57%포인트)·9월(0.73%포인트)·10월(1.04%포인트) 등으로 석 달 연속 빠르게 올랐다.

기간을 넓혀보면, 고금리 시기였던 지난해 5월(1.03%포인트) 때로 되돌아온 수준이다. 2022년 10월(0.97%포인트), 2023년 10월(0.80%포인트) 당시에도 예대금리차 모두 1%포인트를 밑돌았다. 이는 금융 당국의 가계 부채 관리 주문에 주요 은행들이 올 7월 하순부터 일제히 가산 금리 등을 올리는 방식으로 대출 금리를 올린 여파로 분석된다. 정부방침이긴 하나 대출 금리가 올라가면서 서민들의 부담은 더욱 커졌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10월 은행별 예대금리차 추이를 살펴보면, KB국민은행은 지난해 2월(1.48%포인트) 이후 1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1.18%포인트를 나타냈다. 이어 신한은행(1.01%포인트)은 지난해 4월(1.02%포인트) 이후 1년 6개월, 하나은행(0.98%포인트)은 지난해 5월(1.06%포인트) 이후 1년 5개월 만에 각각 최대치를 기록했다. 예대금리차가 벌어지면서 은행들의 이자이익도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3분기 국내 은행 영업실적’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국내 은행의 누적 이자 이익은 44조4000억원으로 역대 최고 규모를 경신했다. 또 이 기간 일반 은행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12조6000억원인데, 이중 시중은행이 거둔 당기순이익만 11조원에 달한다.

은행권이 예대금리차로 큰 이자수익을 거두자 정치권은 금리 체계 손질을 예고한 상태다. 가산금리는 각 은행의 전략에 따라 천차만별인데, 은행법을 개정해 이 세부 산정 내역을 공시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난 10월 민주당은 은행법 개정안(민병덕 의원안)을 ‘5대 국민 민생 입법’ 과제로 채택한 바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사실상 원가를 공개하라는 것”이라며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대출 금리의 가산금리를 높여뒀는데 당국의 관리 압박이 지속되는 한 금리를 낮추긴 어렵다”고 말했다. 유혜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