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둥·옌지·투먼·훈춘=박영서 특파원]북한과 중국이 ‘밀월시대’를 열고있다. 북·중 경협의 가속은 접경지역 곳곳에서 목격할 수 있었다. 새로운 상황변화를 맞아 한국 정부의 중장기적인 대북전략과 남북경협 플랜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번 현지취재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은 북한의 성장동력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풍부한 지하자원, 저렴하고 양질인 노동력, 그리고 같은 언어와 문화 등이 그것이다.

그들은 남·북 경협이 뒷걸음을 치는 사이 중국이 그 틈을 파고들고 있다고 크게 우려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한국정부의 대북정책이 일관성이 없으며 정책입안자들이 기업현실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단둥(丹東) 한국인회 이희행 수석부회장은 “기술력 높은 일본과 급상승하는 중국 사이에서 한국이 기회를 찾을 수 있는 블루오션은 북한이라고 본다”면서 “더구나 북한시장은 단순한 블루오션이 아니라 향후 한반도 통일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의 잠재성을 우리가 적극 활용해야하는데 중국에게 통째로 넘겨주고 있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현지에서 본 중국의 북한경제 침투는 갈수록 가속화되고 있었다. 북한에서 팔리는 상품이 대부분 중국산이라고 한다. 중국산 원자재와 설비, 소비재는 북한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은 북한의 지하자원을 대거 싹쓸이하고 있었다.

사업상 자주 북한을 방문한다는 옌지(延吉)의 한 조선족 무역업자는 “북한에서 사용되는 생활물자의 80~90% 정도가 중국제다”면서 “접경지역에서는 위안화가 자연스럽게 통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북·중 경협이 예전의 물자교환 수준에서 사회간접자본 투자로 뚜렷이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신 압록강대교를 건설해주기로 했고 나진항을 확보했다.

이런 기조가 계속될 경우 통일 이후 한반도가 가져야 할 부(富)가 중국으로 넘어가지 않을까 우려되는 실정이다.

북한의 태도변화도 주목된다. 북한은 그동안 동해 출항권 확보를 위해 나진항에 눈독을 들여 온 중국에게 소극적으로 협조해 왔다. 외국에게 부두사용권을 주는 것이 일종의 ‘조차(租借)’로 비춰질 수 있다는 부담감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번 나진항 개방확대 조치는 오히려 북한이 주도적으로 움직인 결과라는 분석이다. 경제난을 극복하기위해 외부로부터 투자를 촉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중국의 북한시장 독식은 심화될 것이며 자연히 한국은 북한에서 중국과 경쟁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옌볜(延邊)한인회 김진학 회장은 “이명박 정부가 ‘실용정부’라고 해서 기대가 컸지만 이제 희망이 없다”면서 “이곳에서 대북무역을 하는 한국업체나 무역상들은 개점휴업 상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민간기업 차원에서 남·북 경협이 이뤄지도록 한국정부가 독려해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화린(金華林) 옌볜대 경제관리학원 원장은 “북한이 항복하고 손들고 나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전략은 비현실적이다”면서 “이명박 정부는 한국ㆍ중국ㆍ북한 관계를 활용하는 경제적 실용주의 전략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중 밀월시대의 도래는 정권의 보수 또는 진보 성향과 관계없이 냉전구도에서 신속히 탈출해 기민하게 대응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2011년 북·중 밀월을 그냥 보고만 있을 것인지, 우리 정부의 정교한 전략과 결단이 요구되는 새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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