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아이 출산 연령 30대 진입
임신땐 회사 눈치보이고
남편 육아휴직도 어려워
가족 친화적 기업문화 절실
23일 오후 6시30분께 서울 강남 소재의 A 산부인과. 대여섯 명의 임산부가 진료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의 연령대는 30~40대. 20대 임산부는 찾기 어려웠다.
이날 병원을 찾은 임신 3개월차 오모(31) 씨는 “친구 중에 임신은커녕 결혼 안 한 사람도 많다”며 “나 정도면 그나마 임신이 빠른 편”이라고 전했다.
둘째아이를 임신했다는 김모(30) 씨는 “28세에 첫아이를 낳고 산후조리원에 가 보니 산모 중 내가 가장 막내더라”며 “가끔 ‘일찍부터 애를 가져 일과 양육을 병행하는 고생을 사서 한 게 아닌가’ 싶은 후회가 들 때도 있다”고 말했다.
산모들의 나이가 많아지고 있다. 대한민국 여성이 첫아이를 낳는 평균 연령이 드디어 30대를 넘어선 것이다. 통계청이 지난 23일 발표한 ‘2010년 출생ㆍ사망 잠정 통계’에 따르면, 첫째아이를 낳은 여성의 평균 연령이 전년보다 0.24세 높은 30.09세로 집계됐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여성들이 출산을 미루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혼 연령이 예전보다 높아진 데다 결혼을 해도 선뜻 출산을 결정하기 쉽지 않은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다.
금융계 회사에 다니는 이모(37) 씨는 지금까지 출산을 미루다가 올해 임신을 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씨는 “3년 전 결혼할 당시 회사에서 승진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라 아이를 가질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임신을 하게 되면 휴직을 해야 하고 육아 문제도 있기 때문에 승진에서 누락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이 씨의 설명이다.
양육 부담이 고스란히 여성에게만 집중된다는 점도 여성들이 임신을 망설이는 이유 중 하나다.
공기업에 다니는 박모(33) 씨는 “우리 회사는 다른 회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육아휴직을 쓰기 편한 분위기인데도, 남자 직원들은 거의 육아휴직을 쓰지 않는다”며 “그렇다면 여성에게 육아 부담이 모두 간다는 건데 어떻게 혼자 아이를 키우겠느냐”고 말했다. 박 씨는 “최근 사내에서 처음으로 육아휴직을 쓴 남자 직원이 나왔는데 사람들이 모이기만 하면 그 직원 얘기를 하더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육아에 대한 걱정도 임신을 늦추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중견기업에 다니는 최모(34) 씨는 회사 선배들의 육아 고생담을 들을 때마다 임신에 대한 생각이 부정적으로 변한다. 최 씨는 “결혼한 지 2년이 되다 보니 부모님이 손자를 바라시는 것 같으나 사실 아이를 갖고 싶지 않다”며 “아이를 낳아도 키울 여건이 안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집안 여건상 맞벌이를 계속해 아이를 맡길 곳이 필요한데 마땅한 곳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 씨는 “남편과 내가 둘 다 막내이고 결혼도 늦게 하다 보니 양가 부모가 모두 나이가 많으시다”며 “그렇다고 한 사람 월급을 모두 주면서 보모를 쓸 수는 없는 일 아니냐”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여성가족부 이기순 가족정책관은 “취업 연령이 늦어지고 있는 데다 자녀를 행복보다 부담으로 느끼는 이들이 늘고 있다”며 “여성들이 육아에 대해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보육ㆍ양육 지원을 지속적으로 확대해가고, 남녀 공동 육아를 권장하는 가족친화적인 문화가 정착되도록 하는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정책관은 또 “무엇보다 생명의 소중함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사회 전체적으로 일어나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소연 기자/carrier@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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