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1회> 죽음의 계곡 13
이론과 실제는 매우 다르다. 물론 생각과 행동도 일치하기는 어렵다. 머릿속으로는 ‘내가 왜 이럴까?’하면서도 실제로는 무릎이 까지도록 달리고 있는 것이 지금 권도일이 처한 상황이었다.
“오빠, 힘! 힘!”
아기를 낳는 것도 아닌데 그녀는 힘을 내라고 다그쳤다. 세계의 평화를 기원하는 것도 아니고, 울분을 토하는 것도 아닌데 권도일은 경건하게, 그러면서도 격렬하게 힘을 쏟아내고 있었다.
“아아아!”
낭떠러지로 떨어지는가. 쾌락의 탄성이 점점 거칠어지더니 그녀가 두 다리를 힘주어 뻗어 내었다. 아마도 몸서리를 치는 모양이었다. 증폭된 쾌감은 그런 식으로 스포츠섹스의 자세를 바꾸어 놓게 된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침대 모서리를 향해 무릎을 꿇고 있던 권도일은 어느새 무수한 펀치를 얻어맞은 권투선수처럼 카펫 바닥에 벌렁 드러누운 자세였다.
“너무 아파, 내가 할게요.”
박성애가 눈을 질끈 감은 채로 그의 배 위에 올라타며 말했다. 손 둘 곳이 마땅치 않았는지 혹은 자꾸 뒤로 까무러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는지, 그녀는 한 손으로 그의 넥타이를 휘어 감고 있었다. 넥타이가 미처 벗어내지 못한 와이셔츠 깃을 조이기 시작했다.
“오늘이 화류계 첫날밤 맞아?”
잠시 그녀와 눈이 마주친 순간, 권도일이 물었다. 이런 자세에서 가장 쑥스러운 순간은 서로의 눈길이 잠시나마 반짝 마주치는 때일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눈을 질끈 감은 모습이었다. 그리고는 아, 으, 아, 으… 박자에 맞추어 교성만 토해내는 것으로 보아서는 아직 남자를 냉정히 리드할 줄 아는 선수는 아닌 모양이었다.
“으흡!”
박성애는 쾌감이 몰려올 때마다 그의 목에 얽어진 넥타이를 힘차게 잡아채곤 했다. 그럴 때마다 권도일은 뒷다리 잡힌 메뚜기처럼 벌떡벌떡 상체를 일으켜야만 했다. 파도치듯 쾌감이 몰려오는지 그녀가 연거푸 목을 당길 때엔 아뿔싸! 현기증이 도질 정도였다.
“아이고 숨 막혀, 아이고.”
그녀는 스포츠섹스에 전념하는 중이었으므로 그도 알맞게 반응해야만 했다. 그녀가 목을 당기면 그는 벌떡 상체를 일으켜야만 했고, 그때마다 눈앞으로 다가오는 그녀의 젖꼭지를 표적삼아 입으로 받아 물곤 했다. 그러다가 그녀가 몸을 비틀면 입에서 쏙 빠져 달아나는 그 핑크빛 녹두알이 아쉽게 여겨지곤 할 뿐.
“소리 질러도 돼요?”
“된다니까. 맘껏 질러.”
“난 역시 운이 좋아요.”
그러면서도 그녀는 여전히 넥타이를 당겼다 풀었다 하길 반복했고, 그는 벌떡이며 왼쪽, 오른쪽으로 입의 방향을 맞추어 녹두알을 받아 물기에 바빴다. 그러면서 서로가 뜨거워지고, 또 달리고, 숨소리가 거칠어지고, 그래도 또 달리고….
드디어 넥타이를 고삐 삼아 말달리던 여걸 잔다르크가 숨을 깔딱이며 그의 가슴에 엎어지고 나서야 그는 편안해질 수 있었다. 호텔방에 메아리가 생길 정도로 교성을 지른 것으로 보아 그녀는 드디어 오 선생을 대면한 모양이었다.
“대단해요. 정말 대단해.”
권도일은 이렇게 중얼거리는 그녀의 목소리를 들은 후에 나락에 빠지듯 카펫 바닥에 몸을 늘어뜨렸다. 땀 찬 어깨 위로 그녀의 머리카락이 축축하게 들러붙었다. 몸은 나른해져 왔지만 그 순간 ‘내가 왜 이토록 힘들게 봉사를 했지?’하는 생각이 또다시 꼬리를 물었다. 아무래도 그 해답을 찾아내야만 할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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