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자 1일 피의자 신분 檢출석 “죄송하다”, 총수 일가 첫 사법처리 가능성
-신동주 ‘경영권 분쟁’ㆍ신격호 ‘건강이상설’ 등 향후 수사 변수 주목
[헤럴드경제=양대근ㆍ김현일 기자] 신격호(95)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맏딸 신영자(74)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1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하면서 최정예 검사들과 롯데그룹의 본격적인 ‘진검승부’ 막이 올랐다. 지난달 10일 전방위 압수수색을 벌인지 20여일 만에 첫 총수 일가 소환이다.
신 총괄회장의 건강이상설과 여전히 남은 경영권 분쟁 불씨, 그리고 일본 롯데 주주들의 수사 비협조 등 주요 변수가 상존하는 상황에서 검찰이 비리 의혹을 낱낱이 규명할 수 있을 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다.
▶검찰 vs 신영자, 찻잔 속 태풍? 아니면?=이날 오전 9시35분께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 별관에 도착한 신 이사장은 ‘다른 화장품 업체들로부터 돈 받고 편의 봐준 혐의 인정하시나’, ‘아들이 운영하는 업체서 수년간 100억 받은 혐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검찰에 가서 성실히 답하겠다”고 했다. 이어 ‘국민들에게 하실 말씀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죄송합니다”라고 짧게 밝힌 뒤 조사실이 있는 건물 내부로 들어갔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 박찬호)에 따르면 신 이사장은 정운호(51ㆍ구속기소)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측으로부터 롯데면세점 입점과 매점 관리에 편의를 봐 달라는 청탁과 함께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수억원대의 뒷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네이처리퍼블릭과 정 전 대표 계좌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정 전 대표 측 자금 일부가 신 이사장과 롯데면세점 측에 흘러들어간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신 이사장이 다른 3개 화장품 회사의 매장을 면세점에 내주는 대가로 컨설팅 명목의 수수료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대가성이 있었는지를 집중적으로 추궁할 방침이다.
한편 신 이사장에 대한 수사가 개인 비리 차원에서 끝날 지, 오너 일가의 비자금 의혹까지 확대될 지 여부도 주목된다. 신 이사장은 신 총괄회장으로부터 탁월한 경영능력을 인정받았고 오늘날 롯데쇼핑과 롯데면세점을 일군 장본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지만 여전히 그룹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해 온 것으로 수사팀은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신 이사장이 공식적으로 롯데그룹 직함을 가지고 있는 게 많다”며 “다른 수사팀도 신 이사장에 대한 조사 결과를 공유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조사 결과에 따라 신 이사장이 오너 일가 가운데 가장 먼저 사법처리 대상자가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경영권 분쟁 ‘불씨’, 수사에 변수될까=신동빈(61)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62)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형제간 맞대결도 수사 결과에 작지 않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 패배 이후 숨고르기를 하던 신 전 부회장은 부인 조은주 씨와 함께 지난달 30일 밤 귀국했다.
신 전 부회장은 향후 계획과 주총 전략, 신 총괄회장의 치매약 ‘아리셉트’ 복용 등 기자들의 질문에 일절 대답하지 않고 김포국제공항을 빠져나갔다. 주총이 끝난 뒤 그는 “다음 임시 주주총회에서는 반드시 승리하겠다”며 중단없는 주총 대결 방침을 내비치기도 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신 전 부회장이 검찰 수사 진행 상황을 지켜보다가 신동빈 회장의 검찰 소환 단계에 맞춰 소송 등 추가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신 전 부회장 측이 롯데쇼핑과 호텔롯데 회계장부를 분석한 내용 등을 검찰과 법원에 제출하고 이를 토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을 제기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신 총괄회장에 대한 가정법원의 성년후견인 지정 여부가 이르면 오는 8월 결정되는 점도 주목된다. 법원이 성년후견인을 지정하면 경영권 분쟁에서 신동빈 회장이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다. 하지만 신 총괄회장의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공식적으로 인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오너 일가의 책임 문제를 놓고 검찰 수사가 전환점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일본 롯데 주주들의 수사 비협조와 해외 사법공조 여부 등도 향후 주목할 변수로 꼽힌다. 검찰은 롯데케미칼이 롯데물산을 중간 업체로 끼워 넣어 수백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롯데케미칼을 통해 일본 롯데물산과의 거래자료를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롯데 측은 ‘일본 주주들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 관계자는 “일본과의 사법공조보다는 롯데를 직접 설득하는 방법을 계속 강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phk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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