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정책硏 조사, 엄마보다 아빠가 딸 더 선호…代 잇는 존재 인식 탈피 뚜렷
서울 사당동에 사는 회사원 박모(36) 씨. 그는 회사 사람들에게 ‘팔불출’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만나는 사람마다 태어난 지 석 주 된 딸 자랑을 하느라 여념이 없기 때문이다. 출산 전부터 내심 딸을 바랐는데, 실제로 아내를 닮은 예쁜 딸을 얻으니 박 씨는 천하를 얻은 기분이다.
박 씨는 “어렸을 때부터 남자 형제만 있는 집에서 지내다 보니 딸이 있는 집이 부러웠다”며 “아이가 자라면서 재롱을 부릴 걸 생각하니 웃음이 절로 난다”고 말했다.
요즘 아빠들의 딸 사랑이 유별나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 사회에는 뿌리 깊은 ‘남아선호 사상’이 팽배했지만, 아빠들의 딸 사랑 덕분에 ‘여아선호 사상’이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육아정책연구소가 오는 29일 정책세미나를 통해 공개할 ‘한국 아동패널 2차년도’ 데이터에 따르면, 임신 중 선호한 자녀의 성별은 아버지의 경우 딸이 40.7%, 아들이 26.1%였다. 어머니의 39.5%가 딸을, 30.3%가 아들을 선호했다는 것을 점을 감안하면 어머니보다 아버지가 더 딸을 바라는 것이다.
지난 2008년 시행된 1차 조사에서 딸을 선호한 아버지가 37.4%, 어머니가 37.9%였던 점을 봐도 여아선호율은 점차 상승하고 있다.
이처럼 부부 모두가 딸을 선호하게 된 이유는 자녀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정림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남아선호 사상이 팽배할 때 한국 사회는 자녀에 대해 ‘집안의 대를 잇기 위해 자녀가 있어야 한다’는 자녀의 도구적 가치를 중시했다”며 “최근에는 ‘자녀가 있는 사람들은 노년이 덜 외롭다’는 정서적 가치에 무게를 두면서 딸을 더 선호하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양육 후 스트레스는 취업모보다 오히려 비취업모가 더 큰 것으로 조사됐다. 취업모의 양육 스트레스는 평균 26.4점인 반면, 비취업모는 27.7점이나 됐다. 또 둘째 이상 자녀를 가진 어머니(28.1)는 첫째만 둔 어머니(26.4)보다 양육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고 있었다.
후속 출산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람으로 ‘본인’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10명 중 7명(70.8%)꼴이었다. 특히 취업모(74.4%)와 둘째아 이상(76.7%)의 경우 응답비율이 높아, 후속 출산은 대부분 어머니 본인이 스스로 결정하고 있었다.
이 부연구위원은 “출산과 양육의 주역인 어머니들의 자녀 양육 스트레스를 심층적으로 분석해 후속 출산에 대한 대응 전략 및 육아 지원 정책의 방향성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신소연 기자/carrier@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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