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9>날개에 숨긴 칼 (9) 글 채 희 문/ 그림 유현숙
신은 불공평하다. 어쩌면 심술꾸러기이거나 혹은 남자들에게 억하심정을 품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여자의 나체는 그토록 아름답게 설계했으면서 어찌하여 남자들의 몸뚱이는 이리도 대충 주물러 놓았을까. 그나마 송승헌이나 소지섭, 조인성 등등 몇 명의 대표 주자마저 없었다면 그야말로 조토마테 구다사이였다.
‘망측해라.’
어기적어기적 뒤따라오는 유호성을 보며 그녀는 잠시 이렇게 생각했다. 그가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좌우로 진자운동을 하는 작대기는 참으로 별 볼 일 없었다. 왼발, 오른발 내딛는 속도에 딱 반 박자 늦게 왼쪽, 오른쪽으로 덜렁이는 작대기에서 아름다움의 요소라고는 전혀 찾을 수 없었다.
‘우리 집 강아지가 꼬리 치는 모습은 예쁘기도 하던데….’
영 실망한 모습이었다. 저 몰골이 재벌 후계자의 모습이라고? 아니, 그런 각도로 바라보니 신이야말로 공평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재벌 후계자든 뭐든 옷을 벗겨놓으면 매한가지로구나….
“정말로 섬 한 바퀴를 돌 거야?”
“그럼요. 이런 기회가 언제 또 있을까요?”
“나는 체력을 아껴야 하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그녀는 섬 가장자리로 조붓이 펼쳐져 있는 모래톱을 따라 뛰기 시작했다. 그러자 유호성은 문득 영화 장면을 떠올렸다. 대부분의 영화에서는 여자가 앞서서 백사장을 달려가면 남자 역시 그 뒤를 따라 달리곤 했다.
‘나 잡아 봐라~’ 하는 대사가 있었던가? 하여간 앞서 달리던 여자가 맥없이 넘어지면 그 뒤를 따라잡을 듯 말듯 달리던 남자 역시 더불어 쓰러지고야 만다. 그다음엔 암전! 화면이 어두워지고 간혹 어떤 영화에서는 터널 속으로 힘차게 달려 들어가는 기차 모습이 펼쳐지곤 했다.
“어이쿠, 이제야 잡았군.”
유호성은 영화 장면 그대로를 연출했다. 실력대로 뛰자면 진작 잡아챌 수 있었지만 어깨에 손이 닿을 듯 말듯 깔짝거리다가 이때쯤이다 싶을 때에 그녀를 잡아채어 호미걸이로 자빠뜨린 것이었다. 이제 터널 속을 달리는 기차만 생각할 때였다.
“이젠 더 이상 못 참아.”
그는 모랫바닥에 엎어진 그녀를 공 굴리듯이 굴려 바로 눕히고는 그 위에 바로 엎드려 2층을 만들었다. 하지만 여기까지가 영화 장면이었다면 그다음부터는 현실이었다. 모두 알몸이었으니 더 이상 벗길 옷도 없었고…, 그렇다고 해서 은근한 눈빛으로 그녀를 내려다볼 수만도 없는 노릇이었고…. 에라, 모르겠다. 본능대로 그녀의 젖가슴을 한입 가득 물었는데 웬걸, 입안에 모래가 서걱대는 것이 까칠하기 이를 데 없었다.
‘에, 퉤퉤!’
하지만 그는 마음 놓고 침을 뱉을 수도 없었다. 젖가슴을 내어 맡긴 그녀는 어느새 무드에 젖어 눈을 지그시 감고 있었으므로 분위기를 깨어가며 침을 뱉을 재간이 없었다는 말이다. 그러니 어쩌랴, 입안에 모래가 서걱대더라도 참을 수밖에.
“이렇게 맑은 하늘 아래서 오빠를 안아보다니 꿈만 같아요.”
차라리 꿈이라면 좋을 것을…. 그는 혀를 움직일 때마다 묻어나는 모래 때문에 영 죽을 맛이었지만 그녀는 그 고충을 아는지, 모르는지…. 으으, 아아! 콧소리마저 내뿜으며 서서히 몸을 달구고 있었다. 손으로 그녀의 비너스를 슬쩍 만져보니 아이고, 그 민감한 부위에도 온통 모래투성이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정말 큰 일이다.
“오빠, 지금, 지금!”
그녀가 몸을 부르르 떨기 시작했으니 그야말로 절체절명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계속>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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