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날개에 숨긴 칼 (11) 글채 희 문 /그림 유현숙
고래는 포유동물이다. 그러니 상열지사에 임해서는 합체를 해야 할 것이다. 손도 없고 발도 없는 고래가 합체를 즐기고자 할 때엔 어찌해야 할까?
참 별의 별 생각을 다 한다고 여기겠지만 한번쯤은 생각해볼 일이다. 사람만 즐거움을 느끼란 법은 없지 않은가? 고래도 신의 피조물인 만큼 상열지사에 임해서는 즐거워야 할 것이다. 고래는 과연 합체 순간의 임팩트를 어떻게 연출할까?
“물속이라 그런지 임팩트를 주기 힘들어!”
그녀의 허리를 뒤쪽에서 끌어안고 꼴뚜기 짓을 하던 유호성이 불만에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 부력 때문인지 혹은 마찰 때문인지는 몰라도 용을 쓰며 허리치기를 감행했지만 그럴수록 아쉬움이 느껴지곤 했다는 말이다.
“나는 점점 추워져요, 오빠 그만 밖으로 나갈까?”
김지선은 그만 나가자고 했다. 그러나 밖으로 나가본들 뾰족한 대안이 없었다. 물에 젖은 몸을 마땅히 눕힐만한 공간이 없었던 것이다.
“고래는 말이야… 두 마리가 마주보고 전속력으로 달리다가 몸이 맞닿는 순간 배를 붙인 채로 힘차게 하늘로 튀어 오른다고. 이를테면 공중에서 섹스를 하는 거지. 맞아, 그래야 임팩트가 살아날 거야.”
“우리도 펄쩍펄쩍 뛰면서 하자고?”
“그건 아니고…”
고래처럼 하늘로 용솟음칠 재간이 없으니 어쩌랴. 유호성은 이번엔 하마를 떠올렸다. 뚱뚱하고 다리가 짧아 상열지사의 테크닉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는 하마의 물속 노하우는 무엇일까?
“아! 바로 이거야.”
순간 유호성은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물속 하마로부터 얻은 진리는 다름 아닌 원 포인트 집중! 이미 온 몸은 얼음장 같이 차가와졌지만 합체의 순간마다 지겟작대기 끝은 담금질을 하듯 뜨겁게 살아나곤 했던 것이다.
수온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꼴뚜기 짓을 하기 위해 엉덩이를 뒤로 빼면 일순 작대기가 서늘해졌다가 에라 모르겠다, 앞으로 튕기면 작대기가 뜨끈해지는 것이 따지고 보면 자동 수냉식 내연기관과 다를 바 없었다.
“하마가 겉으론 미련해보여도…”
큰 깨달음을 얻은 유호성은 물속에서 두 팔로 더욱 단단히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자신만만했던 것이다. 뜨거운 엔진 속에서 작대기가 곧 터질 것 같다가도 엉덩이를 뒤로 빼면 급속히 냉각이 되곤 했으니 또다시 분기탱천… 그는 자동 수냉식 시스템의 효과를 절감하면서 모든 감각을 원 포인트에 집중했다.
“…고래보다는 한 수 위야.”
철퍽, 철퍽! 따지고 보면 차가운 물속에서의 사랑 놀음이야말로 과학적인 바탕 위에서 이루어지는 고단수 상열지사였다. 기관총을 오래 쏠 수 없는 까닭은 총신이 달구어지기 때문 아니던가. 그러나 물속에서는 자동 냉각이 이루어지니 얼마나 좋은가. 자동 냉각방식의 최고 수혜자는 김지선이었다. 그녀야말로 상열지사를 경험한 이래 가장 긴 러닝타임을 기록하는 중이었고 아울러 요원하기만 했던 멀티오르가슴을 느끼기 직전이었다. 5분을 가뿐히 넘어서고, 10분을 훌쩍 뛰어넘고, 30분이 넘어가는 중이었지만 유호성은 지칠 줄을 몰랐다. 아쿠아테라피 치료가 별것이던가? 상열지사 도중에 허리가 아파오면 즉석에서 출렁이는 물결에 의해 치료가 이루어지곤 했으니… 그야말로 지칠 때까지!
“윽, 억, 악, 켁, 학…”
동물만 살던 무인도에 입성했기 때문일까? 그녀는 동물처럼 외마디 소리만 토해내고 있었다. 더 이상 인간들이 쓰는 말은 필요 없었던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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