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3회> 날개에 숨긴 칼 23

‘케빈 코스트너’와 ‘르네 루소’가 열연을 벌인 ‘론 쉘톤’ 감독의 골프영화 ‘틴컵’을 보면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지만, 눈물이 찡하게 배어나오는 장면이 끝 무렵쯤에 나온다. 아마추어 골프계의 기린아였던 주인공이 US 오픈 출전권을 따내는 지역 골프대회에 나서서 아마도 마지막 한 홀을 남겨놓고 우승을 겨루게 되는 장면이었을 것이다.

“로이! 제발 그만 해요.”

기억이 확실치는 않지만 주인공 로이, 다시 말해서 케빈 코스트너는 마지막 홀을 남기고 연못을 넘기는 과감한 공략을 하다가 실수로 공을 연못에 빠뜨리게 된다. 한 번, 두 번… 그러나 공은 계속 연못 속으로 빠지고, 이미 우승은 놓치게 된다. 지금이라도 연못을 돌아 공략하면 2등이라도 할 수 있지만 그는 죽어라고 연못을 향해 공을 날린다. 상대역인 르네 루소가 눈물짓는 장면에서는 관객 누구라도 케빈 코스트너의 황소고집에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을 것이라 여겨진다.

그렇다면 실제로는 그런 경우가 없었을까?

1961년 1월 6일, 제 35회 LA오픈 첫날, 란초파크 클럽 9번 홀에서 티샷을 멋지게 날린 그 선수는 2온을 시키기 위해 3번 우드를 꺼내 잡았다. 선두에 2타를 뒤진 상태였는데 경력으로 보거나 남은 거리로 보아 충분히 2온을 할 자신이 있었던 것이다.

남자는 배짱, 여자는 절개라는 농담이 유행하던 시절이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 법, 그는 안전하게 파온 하기를 거부하고 가차 없이 2온을 노리며 3번 우드를 휘둘렀던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우측 펜스를 넘는 아웃!

다른 공을 꺼내어 든 그는 이번에도 2온을 노리고 3번 우드를 휘둘렀다. 그러나 어미 공을 찾아가는 새끼 공처럼 이번에도 공은 우측으로 날아가 떨어졌다. 그는 또 다른 공을 꺼내들었다. 이미 벌타만 해도 2점. 세컨에서만 세 번째 치는 샷이었다. 그러나 이게 웬일인가. 이번엔 왼쪽으로 아웃!

한 계절에 한 번 골프를 칠까 말까 한 100돌이보다도 못한 지경이었지만, 그는 묵묵히 네 번째 샷을 날렸다. 그의 손에는 여전히 3번 우드가 들려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먼저 번 공을 따라 왼쪽으로 아웃!

‘제발 그만 해요. 옆으로 돌아서 안전하게 공략하라고요.’

갤러리들은 속으로 이렇게 외쳤고, 간혹 흐느끼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끝끝내 3번 우드를 잡고 다섯 번째 공격을 가했다. 그제야 겨우 온그린을 했으니 벌타를 포함하여 세컨에서만 9점을 날린 셈이었다. 508야드짜리 짧은 파5홀에서 티샷과 2퍼트를 포함하여 모두 12타를 쳤으니, 흔히 말하는 양파 보태기 떠블!

그 선수가 바로 ‘아놀드 파머’였다. 우리 100돌이들 같았으면 얼굴에 보자기를 뒤집어 쓴 채 쥐구멍이라도 찾았을 테지만 그는 당당히 손을 흔들며 갤러리들에게 인사했다.

“강 프로님! 제발 그만해요.”

그와 똑같은 경우가 지금 하와이 오아후 섬에 위치한 코올라우 골프클럽 18번 홀에서 벌어지고 있는 중이었다. 발을 동동 구르며 애원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신희영이었고, 열을 받을 대로 받아 얼굴이 삶은 돼지머리처럼 벌겋게 변한 채 열 네 번째 티샷을 날리는 사람은 바로 강준호였다.

“이런, 염병! 공 과장! 공 하나만 더 빌려줘.”

“저도 공이 다 떨어졌어요. 80개나 가져온 공이…”

“한 개도 안 남았단 말이야?”

“세 개 남았는데… 저도 쳐야지요.”

“그러지 말고 하나만 줘봐… 염병!”

차마 눈 뜨고는 보지 못할 정경이었다. 공 세 개면 충분하다고 으스대던 강준호는 이번 홀에서만 열세 개의 공을 날려먹은 셈이었다. 신희영은 그 옆에서 ‘어머, 통닭 열세 마리를…’ 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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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