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조4000억원대 회계사기ㆍ성과급 잔치 -5일 오전 5시까지 조사… 주요혐의 부인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5조4000억원대의 회계사기를 저지른 의혹을 받는 고재호(61ㆍ사진)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19시간이 넘는 강도높은 조사를 받고 5일 오전 귀가했다.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의혹과 경영진 비리를 수사하고 있는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5일 오전 5시까지 진행된 조사에서 고 전 사장을 상대로 각종 의혹을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4일 오전 9시 15분께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한 고 전 사장은 ‘회계사기 혐의를 인정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회사의 엄중한 상황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회계장부 조작 지시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지시한 바 없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특별수사단은 남상태(66ㆍ구속) 전 사장에 이어 후임인 고 전 사장까지 소환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남 전 사장은 지난달 28일 새벽 조사를 받던 중 긴급체포돼 구속됐다.
고 전 사장은 재임 기간인 2012년부터 2014년까지 5조4000억원(순자산 기준) 규모의 분식회계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영업이익 기준으로는 2조원 규모다. 2006년 3월부터 2012년 3월까지 재임한 남상태(66) 전 사장 시절의 분식회계까지 더하면 그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검찰은 예상하고 있다.
특별수사단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영업실적을 부풀리는 식으로 회계장부를 조작하고, 이를 근거로 회사채와 기업어음을 발행하거나 금융기관으로부터 대규모 대출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우조선해양은 애초 2013년엔 4409억원, 2014년 4711억원의 흑자를 거뒀다고 금융감독원에 공시했지만 실제로는 7784억원, 7429억원의 적자를 본 것으로 밝혀지면서 뒤늦게 공시자료를 수정했다.
대우조선해양에서 회계업무를 담당한 직원들도 검찰 조사에서 “성과급 배당과 경영평가를 잘 받기 위해 대규모 분식회계를 저질렀다”고 진술하는 등 구체적인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실제로 대우조선해양은 2013년부터 작년까지 임직원들에게 2900억원이 넘는 성과급과 격려금을 준 것으로 최근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나며 도마 위에 올랐다.
검찰은 고 전 사장이 연임을 위해 회계사기 등 경영 성과를 부풀린 데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고 전 사장은 전날 ‘경영 성과를 잘 받으려고 무리한 것 아니냐’는 취재진 질문에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한편, 지난 달 25일 구속된 대우조선해양 전 최고재무책임자(CFO) 김모(61) 씨는 “분식회계 과정에서 고 전 사장의 지시는 없었다”고 취재진에 밝혔으나 실제 검찰 조사에선 “고 전 사장이 지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 전 사장은 주요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특별수사단은 조사 결과를 검토한 뒤 조만간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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