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재현 기자]대출에만 의존해온 천편일률적인 은행들의 자산운용이 한국의 금융산업 안정에 심각한 독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출에서 벗어난 포트폴리오의 다양화와 은행 산업 구조의 다원화ㆍ중층화를 통해 금융 리스크를 완화해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5일 한국은행 김민우 차장과 신동욱 수원대 경제금융학과 교수등이 함께 연구한 ‘국내 금융구조 하에서 은행의 자산운용행태가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의 금융시장은 활동성(주식거래대금 대비 예금은행 민간 신용공여 수준) 및 효율성(시가총액 대비 주식거래대금과 예금은행 총 자산 대비 예금은행 간접비용을 곱한 값)등 측면에서 볼때 자본시장 보다는 은행 시장 위주로 형성이 돼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은행은 대출확대를 통한 외형 성장에만 급급해 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0년 부터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까지 예금은행의 총 대출금 증가율은 명목 GDP 상승률에 비해 매년 평균 8.2%p이상 높게 나타났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제 규모가 커진 것 보다 대출의 증가세가 더 가팔랐다는 것이다.
이 결과 은행들은 운용자산의 대부분을 대출에 집중하면서 은행들의 예대율(총 예금액 대비 총 대출액)이 크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0년 초반 75%수준이던 예대율은 2007년 123.5%까지 높아졌다. 고객들로 부터 예금으로 받은 돈보다 대출액이 더 많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너무 위험하다는 판단 아래 2009년 12월 예대율이 100%를 넘지 못하도록 규제를 하고난 이후에도 은행들의 예대율을 97.3~98.9%수준을 유지해왔다. 일반적으로 예대율은 경기가 좋으면 올라가고 경기가 나쁘면 내려가는데 한국의 은행들만 경기와 무관하게 높은 예대율을 유지하는 경향을 보인 것이다.
이는 은행들이 투자나 다른 서비스 보다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주택담보대출, 종소기업대출등에 집중해온 것으로 평가된다. 이 과정에서 경제상황과 정부의 규제변동에 따라 은행들의 자산 운용이 천편일률화되고, 붕어빵처럼 구성된 은행들의 포트폴리오는 산업이나 금융부문에서 위기가 닥쳐 대형은행 한곳만 부실해져도 도미노같은 연쇄 부실을 가져오는 등 시스템리스크의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은행들도 이같은 대출의존적인 붕어빵 포트폴리오를 벗어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금융 자문시장이나 일임형 ISA등을 통한 투자시장에도 발을 뻗고 있는 것이다. 이달 KEB하나은행까지 투자자문업 겸영 인가를 받으면서 신한은행, 우리은행, 국민은행을 포함한 4대 시중은행이 모두 부동산 투자자문업 서비스를 운영하게 됐다.
은행들의 부동산 투자자문업 진출은 저금리 시대에 수수료 수익 확보를 위해서다. 자문 수수료는 개별 협의를 통해 사안별로 다르게 매겨지는데 상한선은 매매가의 2% 이내 수준이다.
또 일임형 ISA를 판매하게 되면서 은행들은 고객들의 자산을 직접 운용, 투자하는 데에 까지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부동산 자문센터 관계자는 “프라이빗 뱅킹(PB)에 포함된 공짜 서비스라는 인식에서 점차 (수수료 지불이) 정착되고 있다”며 “자문 서비스를 통한 부동산 연계 상품 등 어떤 아이디어를 도입해 활성화할 지는 각 은행의 몫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고서는 예대율 위주로 흘러가고 있는 현재의 은행중심 금융구조는 시스템리스크의 가능성을 과거 보다 높이고 있으며, 이에 따라 개별 은행 한곳만 무너져도 금융시스템 전체가 흔들리는 구조적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하며 금융산업의 다원적ㆍ중측적 구조를 만들기 위해 은행간 합병 허용시 시장집중도와 시장지배력 행사 가능성을 고려하는 한편, 특수은행의 경우 설립목적에 맞춰 전문분야를 유지하도록 운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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