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자타가 공인하는 야구 마니아다. 프로선수는 물론 웬만한 대학 선수들의 성적과 스카우팅 리포트(능력분석)를 두루 꿰고 있다. 경제를 야구에 빗대 얘기하기도 한다. 취임하자마자 기획재정부 간부들에게 주문한 것도 포수론이다. 포수는 안방마님이자 팀의 리더이고 홈을 지키는 보루다. 홈은 경제와 정책이 시작되고 마무리되는 자리다. 기획재정부의 역할에 대한 절묘한 비유다.
한때 야구 해설가로 나서기도 했던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의 야구 사랑은 모르는 이가 거의 없다. 미국 프린스턴대학 유학 시절 메이저리그 야구에 심취해 학위 취득이 1년 늦어졌다는 믿거나 말거나 형 얘기도 전해진다.
사실 이들에 앞서 경제관료들의 야구광 계보는 한참 올라간다. 강경식 부총리 앞에서 잘못된 야구 상식을 얘기하다간 깨지기 일쑤였고, 강만수 장관(산은지주 회장)은 중요한 회의나 행사 때 잠시 짬이 생기면 주변에 야구 얘길 묻는다. 강 회장의 야구에 얽힌 일화 한 가지. 야구 명문 경남고 출신인 강 회장은 당연히 부산의 롯데자이언츠의 광팬인데, 국세청 근무시절 대구에서 낳은 아들이 삼성라이온즈 유니폼을 사달라고 떼를 썼다. 한동안 부자간 말도 끊고 지냈다.
오정규 농림수산식품부 2차관도 젊은 시절 야구장으로 퇴근했던 마니아 중 마니아다. 일 다하고 도착하면 경기는 늘 끝나기 일보직전이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7회 이후 입장하면 요금을 받지 않아 공짜관람으로 만족해야 했다.
프로야구는 한국 대표 스포츠다. 올해는 최단경기 300만 관객을 동원하고 누적 700만명 돌파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는 상황이다. 어디에나 프로야구 광팬들이 많은 것은 당연한 이치. 하지만 경제관료들이 다른 운동 다 제쳐놓고 유독 야구에 미치는 건 왜일까?
박재완 장관은 사석에서 기재부 간부들에게 야구를 좋아하는 이유를 “희생플라이가 있기 때문 ”이라고 얘기했다. 자신을 희생해서 점수를 낼 수 있는 유일한 경기라는 것이다. 물론 개인적인 이유다. 하지만 많은 경제관료들이 다 제각각의 이유때문에 야구를 좋아한다고 말하긴 어렵다. 뭔가 공통적인 이유가 있을듯 하다.
▶야구는 경제다
많은 사람이 그 이유를 매우 논리적으로 찾곤 한다. 야구가 다른 운동에 비해 경제와 비슷한 게 많다는 것이다. 유명한 야구 마니아이자 경제학자인 미국 케네소주립대학 브래드버리 교수는 ‘괴짜 야구경제학’이란 책으로 베스트셀러를 만들 정도다.
실제로 둘 간의 공통점은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먼저 야구와 경제는 모두 숫자로 말한다. 야구에서 좋은 팀이나 선수를 평가하는 승률, 타율, 타점 등 지표들이 좋은 국가경제를 나타내는 경제성장률이나 국민소득증가율에 비견된다. 게다가 그 숫자가 그 팀과 경제의 모든 것을 말해주지 않는다는 점도 같다. 경제성장률이 높아도 체감경기나 소득분배가 나쁘다면 좋은 경제라 할 수 없다. 아무리 3할 타자라도 득점권 타율이 바닥이라면 그저 훌륭한 선수라고 평가하기 어려운 것과 비슷하다. 야구의 모든 데이터들은 의미를 가진다. 그 세밀한 통계와 수치들을 어떻게 읽어들이느냐가 야구의 핵심이다. 지표와 통계를 통해 살아 있는 경제를 읽어야 하는 경제관료들도 마찬가지다.
변수가 많고 다양성이 풍부하다는 점도 야구와 경제의 공통점이다.
9회말 투 아웃이라도 한방이 남아 있고 언제나 게임을 뒤집을 가능성이 남는 게 야구다. 투수가 던진 공 하나, 야수의 움직임 하나가 경기를 새로운 균형으로 이동시킨다. 감독의 주요 임무는 적재적소에 타순을 배치하고 투수 교체 타이밍을 찾는 것이다. 타자에 따라 수비 위치를 변경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경제 수장들이 할 일도 환율과 금리를 경제상황에 맞게 변경하며 정책을 조율해 나가야 한다. 경제 운용이 야구 경기와 다를 바 없는 셈이다.
브래드버리 교수는 야구에서 경제이론을 찾아내기도 한다. 포수 중엔 왼손잡이가 거의 없다. 왼손잡이 포수는 주자들을 견제하거나 도루를 저지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란 게 일반적인 대답이다. 하지만 브레드버리 교수는 포수를 할 정도로 어깨가 좋은 왼손잡이라면 어릴 때부터 차라리 투수로 키우는 게 낫다고 설명한다. 경제학의 비교우위론 바로 그것이다.
▶야구 안 좋아하면 그게 이상하지
하지만 가장 단순하고도 명쾌한 이유는 그들이 야구와 함께 성장한 세대이고 야구명문고 출신들이기 때문이란 게 중론이다. 야구광으로 거론된 경제관료들은 대부분 70년대 고교 야구 전성기를 경험한 세대들이다. 장효조, 최동원, 김봉연에 열광하던 시절을 거쳤다. 당시 고교 야구는 그야말로 국민 스포츠였다. 게다가 행정고시를 패스할 만한 엘리트들은 대개 명문고 출신이다. 고교 추첨제 이전의 대학진학 명문고는 대개 야구 명문고였다. 고위관료들은 대개 해외유학 경험이 있다. 유학처로는 메이저리그가 번성한 미국이 대부분이었다. 야구에 열광하지 않으면 그게 이상하다는 얘기다.
![4000만원 낼 세금을 1억 넘게 물다니…‘상속세 0원’이라도 꼭 신고해야 하는 이유 [이세상]](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3/news-p.v1.20260903.e72e37cbc9ac475abd6197c15b096a38_T1.png?type=h&h=240)
![앤트로픽 IPO는 시작일 뿐…AI 모델 ‘골라주는 시장’ 커진다 [서학개미 주식회사]](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3/rcv.YNA.20260813.PRU20260813276001009_T1.jpg?type=h&h=240)
![“교과서 미래엔 AI가 있다”…‘AI 공장’된 미래엔 세종공장 [그 회사 어때?]](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2/news-p.v1.20260821.9213ff47283443e4aeec745e2b971c31_T1.jpg?type=h&h=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