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내년 사업계획 어쩌나…
올초 원·달러 환율 1125원 이후
7개월간 60여원 지속 하락
美신용강등에 달러가치 불안불구
전문가 하반기 환율 하락에 무게
대기업 1050원 수익 마지노선
현대차 등 적정 수출가 책정 고심
“원/달러 환율이 1050원대까지 내릴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사업계획을 짰습니다. 하지만 이는 최악의 경우까지 대비하자는 차원이었는데 최근 환율이 널뛰기를 하니 경영계획을 짜기 아주 어렵습니다.”
국내 의약품 수출업체 한 임원은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과 미국 신용등급 강등에 따라 널뛰는 환율에 대해 적잖은 우려를 표했다. 미국발(發) 신용등급 태풍에 따라 현재 원/달러 환율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것이 나중엔 글로벌 영업환경 악화로 이어져 연말께면 환율이 1050원 이하로 급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환율이 예측불허라는 것이다. 상승을 하든, 하락을 하든 일정한 패턴이 있으면 기업들이 시나리오를 짜는 데 상대적으로 수월하겠지만 급등락을 오가는 장세 속에서의 ‘환율 경영’에 여간 어려움을 겪는 게 아니다.
이같이 요동치는 원/달러 환율로 인해 국내 기업들의 수출 채산성 확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 8일 외환은행이 고시한 원/달러 환율은 1081.50원이었다. 지난 3일 1058원에 비해 23원이나 올랐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코스피 급락에 환율시장이 영향을 받은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일시적인 환율 상승이라고 얘기한다. 미 신용등급 강등 여파가 가라앉으면 다시 하향추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것이다. 실제 환율은 올해 들어 계속 하향세를 보였고, 올 초의 1125원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왔다.
이처럼 원/달러 환율이 장기적 하향 추세로 전망되면서 수출 중소기업이 심각한 처지에 놓였다. 하향 추세 속에서 널뛰기를 계속하면서 환율시장에 불안감을 주는 게 더 심각하다.
환율 등락에 대비해 위험을 회피(헤지)할 수단을 지닌 대기업은 그나마 형편이 낫지만 키코 피해 이후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중소기업들은 수출을 하면 할수록 손해를 입는 지경에 이르렀다.
최근 국제무역연구원이 국내 중소기업 863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결과를 보면 기업들은 수출 적정 환율로 달러당 1123원을 꼽았고 올 사업계획을 짤 때 반영한 원/달러 환율은 평균 1082원이었다. 손해를 입지 않고 수출을 할 수 있는 손익분기점 환율은 1060원이라고 답했다. 설문대로라면 현재 환율 수준에서는 겨우 손익을 맞추는 수준인 셈이다.
대기업도 환율에서 완전 자유롭지는 못하다. 현대ㆍ기아차는 지난해 달러당 1156~1158원대 환율이 유지되는 동안 41조2000억원을 웃도는 수출을 기록했다. 이를 바탕으로 추산하면 환율이 100원 내릴 경우 매출이 3조원 이상 줄어든다. 현대ㆍ기아차뿐 아니라 삼성전자, LG전자 등 다른 대기업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금도 어렵지만 정작 문제는 환율이 더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정부의 부채한도 증액 협상 타결 이후 재정긴축 전망으로 주가가 급락하면서 일시적인 반등이 이뤄지고 있지만 달러화 자체가 강세로 돌아설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이경태 국제무역연구원 원장은 “올 들어 꾸준히 우리나라 주식 및 채권시장으로 외국계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데다 조선, 자동차, 전자 등을 중심으로 수출도 늘고 있어 하반기 환율은 오르기보다는 내릴 요인이 많다”고 말했다.
때문에 삼성, 현대차 등 대기업들은 사업계획서상 연평균 환율 전망치를 1100원대에서 1050원대 이하로 내려잡고 원가절감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중소기업 역시 수출선 다변화 등 달러화 약세에 따른 피해를 줄이려 노력 중이다.
국내 의류제조 및 수출기업인 세아상역 관계자는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유럽, 일본 등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업 차원에서의 대응은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가 일정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정부의 시장조정자 역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충희ㆍ김상수 기자 @hamlet1007> hamlet@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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