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ㆍ달러 환율이 1050원대까지 내릴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사업계획을 짰습니다. 하지만 이는 감내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 최악의 경우까지 대비하자는 차원이었는데 환율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걱정입니다.”
국내 의약품 수출업체 한 임원은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과 미국 신용등급 강등에 따라 널뛰는 환율에 대해 적잖은 우려를 표했다. 미국발(發) 신용등급 태풍에 따라 현재 원ㆍ달러 환율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것이 나중엔 글로벌 영업환경 악화로 이어져 연말께면 환율이 1050원 이하로 급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임원이 속한 회사는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을 수출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타격이 덜 하지만 회사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60%를 웃돌아 환율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운 상태다. 그는 “환율이 하락하면 매출이 늘어도 이익이 줄고, 이는 곧바로 주가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요동치는 원ㆍ달러 환율로 인해 국내 기업들의 수출 채산성 확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 3일 외환은행이 고시한 원ㆍ달러 환율은 1058원이었다. 지난달 27일 1050원50전에 비하면 소폭 올랐지만 여전히 바닥 수준이다. 더욱이 1년 전 1168원50전에 견주면 110원 이상 하락했고, 올 초 1125원과 비교해도 70원 가까이 내렸다. 8일 미국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해 환율은 1071원대까지 올랐지만 장기적으로는 하향 추세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처럼 원ㆍ달러 환율이 장기적 하향 추세로 전망되면서 수출 중소기업이 심각한 처지에 놓였다. 환율 등락에 대비해 위험을 회피(헤지)할 수단을 지닌 대기업은 그나마 형편이 낫지만 키코 피해 이후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중소기업들은 수출을 하면 할수록 손해를 입는 지경에 이르렀다.
최근 국제무역연구원이 국내 중소기업 863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결과를 보면 기업들은 수출적정환율로 달러당 1123원을 꼽았고 올 사업계획을 짤 때 반영한 원ㆍ달러 환율은 평균 1082원이었다. 손해를 입지 않고 수출을 할 수 있는 손익분기점 환율은 1060원이라고 답했다. 설문대로라면 현재 환율 수준에서는 겨우 손익을 맞추는 수준인 셈이다.
대기업도 환율에서 완전 자유롭지는 못하다. 현대ㆍ기아차는 지난해 달러당 1156~1158원대 환율이 유지되는 동안 41조2000억원을 웃도는 수출을 기록했다. 이를 바탕으로 추산하면 환율이 100원 내릴 경우 매출이 3조원 이상 줄어든다. 현대ㆍ기아차뿐 아니라 삼성전자, LG전자 등 다른 대기업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금도 어렵지만 정작 문제는 환율이 더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정부의 부채 한도 증액 협상 타결 이후 재정긴축 전망으로 주가가 급락하면서 일시적인 반등이 이뤄지고 있지만 달러화 자체가 강세로 돌아설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이경태 국제무역연구원 원장은 “올 들어 꾸준히 우리나라 주식 및 채권시장으로 외국계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데다 조선, 자동차, 전자 등을 중심으로 수출도 늘고 있어 하반기 환율은 오르기보다는 내릴 요인이 많다”고 말했다.
때문에 삼성, 현대차 등 대기업들은 사업계획서 상 연평균 환율 전망치를 1100원대에서 1050원대 이하로 내려잡고 원가절감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중소기업 역시 수출선 다변화 등 달러화 약세에 따른 피해를 줄이려 노력 중이다.
국내 의류제조 및 수출기업인 세아상역 관계자는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유럽, 일본 등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업차원에서의 대응은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가 일정 역할을 해야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정부의 시장조정자 역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충희ㆍ김상수 기자 @hamlet1007>
hamlet@heraldm.com
<사진설명1>
원ㆍ달러 환율 널뛰기와 향후 하향 추세로 수출을 주력으로 하는 국내 대ㆍ중소기업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외로 수출될 완성차들이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사진제공=현대차그룹>
<사진설명2>
원ㆍ달러 환율 널뛰기와 향후 하향 추세로 수출을 주력으로 하는 국내 대ㆍ중소기업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은 국내 완성차업체의 미국 현지공장 생산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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