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 대한 젊은층의 인식이 변하고 있다. 멀리 떨어져 있던 가족들이 한데 모여 차례를 지내던 전통보다는 일상에 지친 몸을 재충전하는 기간으로 추석연휴를 활용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아직 미혼인 직장인 유모(30ㆍ여)씨도 추석을 앞두고 요즘 비행기표를 알아보느라 한창이다. 추석 연휴동안 친구들과 일본 북해도 여행을 다녀올 계획이지만 이미 가까운 일본과 중국, 동남아 노선의 경우 표를 구하기 힘들 정도로 여행객들이 북적인다.
유씨는 “모처럼의 연휴를 충분한 여유를 갖고 활력을 찾는데 쓰고 싶다”며 “부모님ㆍ친지들과 함께 있다보면 결혼 압박만 받고, 특히 가사일을 돕느라 연휴가 끝나면 오히려 지치는 기분이 든다. 대부분 주변 친구들도 여행을 다녀오거나 조용한 펜션에서 진짜 휴식을 취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추석=연휴’라는 인식이 깊이 자리잡힌 것이다.
시장조사전문기관 트렌드모니터(trendmonitor.co.kr)가 이지서베이(ezsurvey.co.kr)에 의뢰,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추석 인식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서도 이 같은 젊은이들의 인식변화를 알 수 있다.
‘추석이라고 항상 가족들이 모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응답한 사람이 전체의 53.2%를 차지, 과반수가 넘는 사람이 ‘명절은 가족과 함께’라는 전통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었다.
또한 47.6%의 사람들이 ‘친척들을 만나도 할 일이나 할 말이 별로 없다고 말했고 ‘추석 때 차례를 꼭 지내야만 하냐’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46.7%)가 그렇다(44.3%)는 응답보다 많았다. 여론조사결과 10명 중 4명은 추석이 연휴의 하나일 뿐이라고 답했고 이런 현상은 20대(48%)에서 두드러졌다.
한편, 여성에게 집중되는 가사일 때문에 추석 연휴가 여성들에게는 자칫 ‘노동일’로 전락하기 쉽다는 것도 젊은 여성들이 추석명절을 새롭게 인식하고 활용하는 이유가 됐다.
조사 결과에서 추석이 남자에게 힘든 명절이라는 데는 22.6%만이 동의한 반면, 여자에게 힘든 명절이라는 생각을 가진 응답자는 무려 86.1%에 달했다. 유씨와 같은 명절 해외여행객들이 주로 여성 중심인 것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유씨도 “명절을 보내는 전통적인 방식이 젊은층의 가치관과는 맞지 않아 오히려 가족들과 함께 하는 것을 꺼리게 되는게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황유진기자@hyjsound> hyjgogo@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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