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박영서 특파원]베이징 궈마오(國貿)에 있는 한 귀금속 상점. 상점 안은 손님들로 북적거린다. 손님들은 금괴, 금 장신구 등 종류를 따지지 않고 사버린다. 이미 일부 진열대는 도둑맞은 듯 텅 비어있다.

이 상점의 점원은 “요즘은 살 수 있는 대로 다 사는 분위기다”면서 “한 VIP고객은 한번에 금 20㎏을 샀다”고 귀뜸했다.

중국 최대의 황금가공기지인 광둥(廣東)성 선전에도 금을 사려는 사람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지린성(吉林省) 창춘(長春)에서 귀금속 상점을 운영하고 있는 리징(李京)은 “선전에 직접 내려가 금을 사고 있다”면서 “한 번 거래로 10㎏의 금을 사도 금가공공장의 눈에는 나는 작은 고객일 뿐”이라고 말했다.

중국에서 금 수요가 폭증하면서 금은방은 호황을 누리고 있고 금값은 하루가 다르게 뛰고 있다. 대형 금은방의 경우 매출이 전년보다 40% 이상 늘어났다고 한다. 9월 들어 금 도매가격은 g당 445위안까지 치솟아 1년 만에 30% 가까이 올랐다.

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음료자판기에서 커피를 뽑듯 금괴나 금화를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황금자판기’까지 등장했다.

광보왕(廣播網)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독일업체 ‘엑스 오리엔테 룩스’는 일반인이 금을 편리하게 구입할 수 있는 황금자판기 ‘골드 투 고(Gold to go)’를 오는 23일 베이징에서 처음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이 자판기는 외관상 일반 자판기와 비슷하며 최대 2.5kg 무게의 골드바를 현금이나 신용카드로 살 수 있다. 일단 보안 문제로 고급 클럽이나 프라이빗뱅킹(PB)센터에서만 시범운영될 예정이다.

이 업체의 현지 관계자는 “중국 황금시장에 대해 매우 낙관적이다”며 “시범운영을 통해 고객들의 반응을 살펴본 뒤 중국 전역에 보급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같은 중국의 황금열풍은 물가는 뛰는 데 은행 예금금리는 낮고 집값은 정부의 강력한 규제로 주품하자 유동자금이 금으로 몰린 결과다.

특히 중산층 이상이 재산가치를 지킬 수 있는 인플레 시대의 투자상품으로 금을 선호하면서 ‘금 사재기’ 열풍이 거세지고 있다.

여기에다 중앙은행인 인민은행까지 금사재기에 가세했다. 막대한 규모의 달러 표시 자산을 보유한 중국은 보유 외환의 다각화를 모색하면서 금 매입을 늘리고 있다.

특히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만들기 위해서는 더 많은 금을 보유해야하기 때문에 금의 보유비중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한 국제금융전문가는 “아편전쟁이 터지기 전 세계의 은(銀)이 청 제국으로 흘러들어간 것처럼 이제 금이 중국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금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나라다. ‘난세에는 황금을 사고, 태평성대에는 골동품을 수집한다(亂世買黃金 盛世藏古玩)’라는 격언이 있을 정도다.

격언을 충실히 지키려는 듯, 금값 급등세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도 금을 더 사겠다”고 마음을 다지는 돈 있는 중국인들이 줄을 서 있다. 과연 ‘금(金)의 나라’ 다운 모습이다.

/pys@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