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속 지구촌 좌파 득세…원인과 진단
佛 내년 4월·美 내년 11월…
G20·유로존 줄줄이 선거
EFSF 강화안 여전히 표류
복지감축땐 정권위기 딜레마
선거의식 엄두도 못내는 실정
세계 암흑경제 ‘설상가상’
위기탈출 가시밭길 예고
세계적인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가 미국과 이탈리아의 신용등급을 낮춘 것은 부실한 재정 못지않게 경제위기 속에서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정치권에 대한 문제 제기이기도 했다.
세계 위기의 진원지인 유럽만 해도 열쇠를 쥐고 있는 독일 등 대부분 국가들이 선거를 의식한 정치논리에 휘둘리고 있다. 세계경제 위기는 갈수록 깊어지고 있지만 사실상 선거전에 돌입한 정치권에서 일관되고 신속한 해법 제시가 쉽지 않다.
세계 경제는 위기에 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선거까지 겹쳐 설상가상을 맞는 형국이다.
▶G20·유로존 10개국 대선=세계 경제 위기의 해법을 거머쥔 주요 20개국(G20)과 유로존에서만 내년에 대선을 치르는 나라는 10여곳이다.
경제 위기의 진원지인 유로존 17개국 중에서는 스페인, 핀란드, 프랑스, 슬로베니아 등 4개국이 대선이 치른다. 주요 20개국(G20)에서는 미국, 러시아, 인도, 멕시코, 프랑스, 터키, 한국 등 7개 국가가 대통령을 새로 뽑는다.
재정위기의 당사국인 ‘PIIGS’(그리스·포르투갈·아일랜드·스페인·이탈리아) 국가 중 스페인은 올 11월 총선, 내년 3월 대선 일정이 잡혀 있다. 아일랜드 총선은 내년 5월에 예정돼 있다. 아일랜드와 스페인은 재정 위기가 가시화된 나라다.
프랑스도 내년 4월부터 대선과 총선을 잇달아 치른다. 프랑스 최대 은행인 BNP파리바가 신용등급 하향조정 경고를 받았고, 국가 부도설에 시달리는 그리스 국채가 대규모 물려있는 악조건 속에서다.
미국도 내년 11월 대선을 앞두고 있다.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된 가운데 경기는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는 등 경제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서 최대 관건은 경제. 높은 실업률과 재정적자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미국 대선 향방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선거, 경제위기의 독(毒)=대선 정국을 앞둔 전 세계 금융시장은 바짝 얼어붙었다. 난국을 극복할 리더십이 절실한 상황에서 선거판에 휩쓸린다면 국가 위기관리능력이 실종돼 경제난을 가중시킬 수 있기 때문.
유로존 위기 해결책으로 꼽히는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강화안은 여전히 표류 중이다. 지난 7월 유로존은 EFSF 규모와 기능을 확대키로 했다. 10월 31일까지 그리스, 포르투갈, 아일랜드 등 3국을 제외한 14개국의 의회 비준을 받아야 이를 실행할 수 있다. 하지만 각국 이해관계가 얽혀 협상은 답보 상태다.
유로존 위기 해결의 열쇠를 쥔 독일도 정치권 갈등으로 화를 키웠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EFSF 증액이나 유로본드 발행 등 유로존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았다. 민간채무자의 부담 여부 문제로 프랑스와 갈등을 빚는 등 자국의 이해를 지키고자 오히려 위기를 키운 측면마저 있다.
이는 올해 2~9월 독일에서는 총 7개의 주의회 선거가 열린 것과 무관치 않다. 이미 지방선거에서 ‘7전7패’라는 수모를 겪어 여론을 거스르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과도한 부채로 위기를 자초한 PIIGS국가들도 정치권이 리더십을 상실한 상태다. 유로존이 재정지원에 대한 자국민 동의를 얻으려면 PIIGS국가가 강력한 긴축재정안을 이행해야 한다. 하지만 그리스 등에서 내부 갈등이 심각해 국론을 모으지 못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잇단 성추문과 뇌물공여 등 혐의로 리더십에 심각한 타격을 받은 가운데 국가신용등급도 강등된 실정이다.
이들 국가가 경제난에서 벗어나려면 복지예산 감축 등 구조조정이 필수적이지만 선뜻 이 카드를 꺼내지 못하고 있다. 유권자들의 불만이 커져 선거에서 패배하는 사태를 맞을 수도 있기 때문. 결국 집권세력에 구조조정은 권력교체를 각오한 ’도박’인 셈이다.
한편 내년에 대선과 총선을 치르는 한국에서도 복지 지출을 둘러싼 포퓰리즘 논쟁으로 예산안 통과나 주요 경제정책 결정 등이 적기에 이뤄지지 않으면 경제 성장에 타격이 예상된다.
권도경 기자/kong@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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