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는 애플이었고, 애플은 스티브 잡스였다. 애플이 세계 IT시장을 휩쓸수 있던 원동력은 바로 잡스였다. 그런 잡스가 애플을 영원히 떠났다. 잡스 없는 애플의 앞날은 장담할 수 없다. 이는 지난 8월말 잡스의 애플 최고경영자(CEO) 사임 이후 늘 꼬리를 물던 질문이다. 일각에서는 잡스가 미리 구축해놓은 팀 쿡((Tim Cook)체제로 애플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도 한다. 반면 잡스 없는 애플은 애플이 아니라는 비관론도 상당하다. CEO에서 물러나도 잡스는 애플에 영감을 줄 것이라고 예측됐지만, 이제 잡스는 없다. 천재가 떠난 애플도 이제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천재 잃은 애플...도전에 직면= 애플은 잡스의 사임을 계기로 포스트잡스체제를 구축한 만큼 충격파는 덜한 모양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잡스의 사망으로 애플의 미래를 불투명하다고 보고 있다.
지난 8월말 잡스의 사임 직후 외신들은 “잡스 없는 애플이 앞으로 성공을 거두려면 유례없는 큰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애플은 잡스가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을 잇달아 히트시키면서 세계 최고의 IT기업으로 길러낸 회사. 애플의 성공 신화는 잡스라는 천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얘기다. 잡스의 사망으로 애플은 창조의 아이콘을 잃어버린 셈이다. 잡스 없는 애플이 지금처럼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제품으로 IT시장을 이끌어 수 있을지 우려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잡스와 애플은 동격이었던 만큼 애플의 앞날이 안갯속이라는 전망도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잡스가 없어도 애플이 한동안 시장에서 우월적 지위를 누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잡스가 자신의 부재에 대비해 2003년 암 발병 직후 8년 동안 애플을 집단지도체제로 바꾸는 작업을 해왔기 때문이다. 잡스는 병가 등으로 인한 공백 때문에 지배구조에서 자신이 빠지는 상황에서도 회사가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팀 체제를 구축해 왔다. 기존 애플이 한명의 천재가 경영했다면, 지금의 애플은 경영진끼리 힘을 합쳐 일하는 협업체제로 만들어놓았다는 얘기다.
▶카리스마 없는 팀쿡...약발은 ?= 이제 잡스 없이 회사를 이끌어야하는 애플 경영진은 무거운 짐을 떠안게 됐다. 하지만 후계자 팀 쿡(50)에 대한 시장 반응은 영 신통찮다. 잡스가 창의적인 리더였다면 쿡은 운영의 귀재. 쿡은 애플의 2인자로서 잡스 부재시마다 회사를 관리해왔지만 아직 리더십은 검증받지 않은 상태다.
지난 4일 잡스 사임 후 처음 열린 아이폰 신제품 발표행사는 그의 빈자리를 확인시키는 자리가 되고 말았다. 쿡의 지루한 프레젠테이션으로 이뤄진 행사는 시장과 대중의 실망으로 끝났고 행사 직후 애플의 주가는 4.5%나 급락했다.
이날 발표현장에서 쿡에게는 청중을 이끄는 리더십과 카리스마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는 평이 주를 이뤘다. 잡스는 소비자의 요구를 읽는 직관과 시대의 흐름을 꿰뚫는 통찰력, 조직을 이끄는 카리스마 등 다른 사람이 대체할 수 없는 재능을 가진 인물. 쿡이 아무리 잡스를 오랫동안 보좌했다하더라도 잡스의 천부적인 재능까지는 배울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에 따라 장기적으로는 잡스의 부재가 어떤 형식으로든 애플의 미래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잡스가 그간 구축한 집단지배체체가 흔들릴 것이란 우울한 전망도 나온다.
집단지배체제를 형성하고 있는 이른바 ‘잡스의 아이들’이 강력한 카리스마로 자신들을 이끌어온 잡스가 떠난 이후에도 그대로 회사에 남아 있을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애플스토어를 성공으로 이끈 론 존슨이 최근 백화점 JC페니로 자리를 옮겼고 맥 소프트웨어 책임자인 버트란드 설렛도 지난 3월 회사를 떠났다.
한편, 애플을 겨냥한 구글, MS, 삼성의 공세는 더욱 치열할 전망이다. 잡스의 사망소식이 삼성전자 등 단말기제조업체에 희소식이 될수 있지만, 구글, MS의 공세가 더욱 거칠어져 국내 기업의 입지가 오히려 좁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권도경 기자/kong@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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