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누려온 그리스 국민들
경찰·판사까지 시위에 동참
FTA놓고 통제불능 한국국회
막말·고성속 눈치보기만
의회민주주의 부활은 언제… 외신을 통해 들어온 그리스 시위 사진 한 장. 폴리스(Police)라는 표시가 선명한 정복 차림의 시위대가 ‘굴복하지 않겠다’는 플래카드를 들고 경찰과 맞서 있다. 시위하는 경찰과 막는 경찰이 대치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아마도 외신을 타고 전 세계에 타전됐을 법한 또 한 장의 사진.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이 동료 의원의 어깨를 밟고 올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전체회의장에 설치된 CCTV를 신문으로 가리고 있다.
지금 그리스에선 유럽연합(EU)이 요구하는 긴축재정에 대한 국민적 저항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그리스의 민ㆍ형사 재판관 2650명은 부족한 판사를 충원하고 급여 40% 삭감 계획을 철회하라며 재판 중단 투쟁을 선택하기도 했다.
14년 전 외환위기 때 우리 국민은 장롱 속에 있던 금을 모아 국난 극복에 동참한 것과 다른 모습이다.
한국의 위기는 이어졌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에 이어 올 유럽발 금융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우리 국민은 지혜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국회는 지금 파업 중이다. 수출해야 먹고 사는 우리는 미국이라는 엄청난 경제영토를 앞에 두고 적전 분열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30년간 누려온 각종 복지혜택을 내려놓지 않으려는 국민으로 인해 그리스는 침몰하고 있고, 대한민국은 당리당략에 파묻힌 정치권에 의해 표류하고 있다.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을 두고 대치하고 있는 대한민국 국회는 3일에도 식물국회, 통제불능의 상태에 빠져 있다. ‘민의의 전당’은 물리력 없이는 제 기능을 회복하기 어려워졌다. 국회에 출입제한 조치가 내려졌고, 경찰이 에워싼 국회는 외부인 출입이 금지됐다. 의회 민주주의는 사라진 지 오래다.
금배지들은 국회에 갇히는 꼴이 됐다. 치열하게 토론해서 국민을 위한 최적의 방안을 도출하고, 이견이 있더라도 조금씩 양보하는 교과서 속 이야기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그들의 활동공간인데도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한다. 외통위 전체회의장 문은 안에서 굳게 걸어 잠궜다. 정회를 선언했는데도 동료 의원의 눈초리가 무서워 화장실도 가지 못한다. “국익은 뒷전이고 야권통합, 잿밥에만 관심이 있다”는 성난 민심 회초리에 그들은 눈과 귀를 철저히 닫아버렸다. 애꿎은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협상파를 향해 ‘매국노 이완용’이라는 문자만 날린다.
고장난 녹음기는 또 들린다. “문을 열라”(남경필) “산회하면 문연다”(야당 의원) “문 열면 산회한다”(남경필) “구내식당에서 하지 왜 여기서 하느냐”(정동영) “대선 후보까지 하신 분이…”(남경필) “(다른 당 보좌진이 뒤에 서있자) 신변에 위협을 느낀다”(정옥임) “ISD 좋은 거예요”(김형오) “무식한…”(김동철)
같은 당 의원끼리도 험악한 말이 오갔다. “물리력 있는 상황에서 강행 않겠다고 약속했다”(남경필) “위원장 사퇴하라”(윤상현). 국회는 언제쯤 그들만의 리그, 그들만을 위해 쳐놓은 울타리에서 벗어날까.
<손미정 기자 @monacca> balme@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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