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해결 최상의 시나리오는

베를루스코니 사의불구

국채금리 심리한계선 돌파

나라빚 천문학적 규모

덩치커 구제금융도 불가

부채 줄이고·성장 견인…

“정부 의지만이 살길” 지적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3위 경제국 이탈리아가 구제금융 위기에 몰렸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사의를 표명했지만 이탈리아 재정위기는 오히려 고조됐다. 이탈리아 국채 금리가 9일(이하 현지시간) ‘심리적 한계선’인 7%를 돌파하면서 구제금융 신청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우려가 급속도로 퍼진 것. 그리스와 이탈리아발 재정위기가 유럽 전체로 전이되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비관론에도 힘이 실렸다. 그러나 이탈리아는 외부에서 구제금융으로 돕기에는 규모가 너무 크고 시장 영향도 막대한 경제대국이다. 그리스만큼 만만한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유럽연합(EU)과 유럽중앙은행(ECB) 등도 현 상황에서 이탈리아를 직접적으로 도울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새 정부가 고강도 개혁정책을 펼쳐, 부채를 줄이고, 성장을 견인하는 것.

만약 최선책이 실패할 경우, 유로존 상황은 더욱 어려워지게 된다. 프랑스·독일·영국·미국 은행들이 이탈리아 국채를 대거 보유하고 있어, 이탈리아가 디폴트(채무불이행)에 처할 경우, 위기는 곧바로 전 세계에 전염된다.

▶최상 시나리오는 과감한 경제 개혁=베를루스코니 총리 사임 효과는 하루가 안돼 소진됐다. 숱한 성추문과 부패 스캔들을 몰고 다녔던 베를루스코니의 사의 표명은 정치적 불확실성을 제거해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시장 반응은 빗나갔다. 이탈리아 10년 국채 금리는 위험선인 7%를 넘어섰고 미국과 유럽 증시는 폭락했다.

이는 총리 사퇴라는 정치적 이벤트보다 강력한 재정감축안 실행이라는 근본적인 치유책이 필요하다는 시장 시각 때문이다.

이탈리아의 국가 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20%. 유로존에서 그리스(140%)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올 8월 말 현재 국가부채 총액은 1조9000억유로(약 3000조원). 결국 최선책은 이탈리아가 긴축재정과 경제개혁을 통해 건전성을 회복하는 방법뿐이라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새 정부가 이른 시일 내 국가부채를 줄이고, 경제 성장을 유도하는 정책을 펼친다면, 현 상황에서 가장 강력한 위기타개책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탈리아 정치권도 시장 불안을 진화하기 위해 개혁 조치를 서두르고 있다. 여야는 9일 연금 개혁과 국유재산 매각 등을 담은 개혁 방안을 이번 주말까지 통과시키기로 합의했다.

▶덩치 커 구제금융도 불가=유로존은 이탈리아 구제금융 지원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유로존이 구제금융 방안에 부정적인 것은 이탈리아의 나라빚이 천문학적 규모라 비용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국가채무는 내년 한 해만 3000억 유로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이자부담과 만기연장이 버거울 지경이다.

개리 젠킨스 에볼루션 증권 고정자산팀장은 블룸버그 통신에 “그리스와 아일랜드, 포르투갈 등에 투입된 구제금융 비용을 기준으로 할 때 이탈리아에는 총 1조4000억유로에 달하는 막대한 구제금융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유로존은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가용재원을 4400억유로에서 1조유로 규모로 늘리기로 합의했지만 아직 구체화되지 못하고 있다. 설사 EFSF 규모가 1조유로로 늘어난다 해도 이탈리아의 디폴트를 막는 데 필요한 자금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권도경 기자/kong@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