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딜레마에 빠졌다. 청와대와 정부, 그리고 당 일각에서는 169석이라는 절대 다수의 의석으로 직권상정과 단독 처리를 요구하고 있지만, 일부 의원들의 강행처리시 표결 불참 선언과 우군 자유선진당의 반대로 정족수 미달로 망신과 부작용만 살 수 있다는 회의론이다.
11일 심대평 자유선진당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 선 대책, 후 비준을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지난 9일 청와대에서 대통령의 한미FTA 비준 협조 요청에 조건부 협조라는 카드를 내민 것이다.
이와 관련 임영호 선진당 대변인은 “여당이 강행 처리를 할 경우에도 표결에 참여하겠다는 게 아니다”라며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함께 참여하는 정상적인 처리가 이뤄질 경우 선진당이 표결에 동참하겠다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즉 한나라당이 직권상정을 통해 비준안 처리를 강행할 경우 표결에 불참하겠다는 의미다.
18석을 가진 자유선진당의 강행 처리 불참을 놓고 일각에서는 직권상정 카드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분석했다. 한나라당의 169명 현역 의원 전부가 직권상정-단독 강행처리에 동참할 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는 지난 주말 소속 의원 전원에게 휴대폰으로 “해외 출장 자제”를 주문했다. FTA비준 동의안 처리 시 소속 의원들의 전력 누수를 최소화 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한나라당 내에 물리력을 동원한 일방 처리에 거부감을 가진 현역 의원 상당수는 동참하지 않을 태세다. 지난 10일 오후 “일방적 처리하지 말라”는 성명을 발표한 주광덕, 현기환, 황영철, 홍정욱 의원 등 4명이 좋은 예다.
또 우선 지난해 12월 “물리력을 통한 의사 진행에 동참할 경우 19대 총선에 불출마하겠다”고 서약했던 22명도 걸림돌이다. 이들22명이 단독 강행 처리에 모두 빠진다면 동원 가능한 의원은 147명으로 줄어든다. 이는 비준안 표결이 성립되기 위한 과반수 148명에 한 석 모자른 숫자다.
여기에 속칭 농촌당 의원들의 반란도 고려 대상이다. 한미FTA에 가장 큰 피해가 불가피한 농어촌 지역 출신 의원들 상당수는 내년 총선을 몇 달 앞둔 상황에서 자신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모습이다.
결국 한나라당 혼자 비준안을 처리하기에는 산술적으로 무리수가 따르는 셈이다. 미래희망연대 8명이 한미FTA에 비교적 우호적이지만, 지방이나 해외 출장, 기타 외부 일정이 빈번한 국회의원들의 특성 상 한나라당 147명과 미래희망연대 8명이 단 한명도 빠짐없이 본회의장에 일사분란하게 모인다고 장담하기 힘들다. 안정적인 처리를 위해서는 18석을 가진 자유선진당의 적극적인 동참이 필수 요소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정부나 당 일각에서 직권상정을 쉽게 이야기하지만, 막상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물리력 사용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의원 전부가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기 위해서는 상당한 준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정호 기자@blankpress> choijh@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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